카카오(035720)에 두 곳의 골프장을 매각하려 했던 한라(014790)그룹이 계약 직전 제주 세인트포CC를 대상에서 제외했다. 카카오를 믿고 투자 확약을 했던 기관들은 투자 대상과 금액이 갑작스레 변경돼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라그룹은 묶어 팔기로 했던 제주 세인트포CC는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고 여주 세라지오CC만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한라그룹은 카카오VX·스톤브릿지자산운용 컨소시엄을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세부 조건을 논의해 왔다. 카카오VX 역시 지난 달 스톤브릿지운용이 두 골프장 인수를 위해 결성하는 펀드에 투자자(LP)로 참여한다고 금융감독원 공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공시 직후 상황은 급변했다. 투자 계약 체결 직전 한라그룹은 계획 중인 묘산봉 관광단지 내 콘도의 분양을 위해 세인트포CC와 연계할 수 있는 혜택을 미래 분양자에 제공할 것을 카카오 측에 요구했다. 현지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이 있다. 지난 2016년 한라그룹은 개발 사업을 인수해 골프장과 호텔, 식물원, 공연장 등을 갖춘 복합관광단지를 조성에 나섰다. 이 가운데 올 초 세인트포CC만 떼어내 분리 매각을 추진하면서 지역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지역 발전을 위해 묘산봉 관광지구 개발에 찬성해 싼 값에 도유지를 살 수 있도록 힘을 실었는데, 한라그룹이 경영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약속한 개발 계획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게 주민 측 주장이다. 특히 50여 만평에 이르는 세인트포CC는 이번 개발건의 핵심인데 알짜배기인 골프장만 팔아버리면 미개발 부지는 또 다시 방치될 거라며 우려하고 있다.
카카오VX 측은 반발했고 거래는 무산 직전까지 갔다고 한다. 다만 합의 끝에 양사는 여주 세라지오CC만 매각하기로 합의점을 찾았다.
번거로워진 건 투자자들이다. 거래 구조가 바뀌면서 기관들은 투자심의위원회를 다시 열어야 했다. 당초 두 그룹이 합의한 두 골프장의 인수 가격은 약 3,000억 원이었지만 세인트포CC가 빠지면서 투자 금액이 절반 수준인 1,530억원으로 축소됐다. 거래 규모가 줄면서 물량 확보를 위한 기관들의 눈치 싸움도 치열했다. 결국 경찰공제회를 비롯해 캐피탈사와 증권사가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한라그룹은 세인트포CC 매각을 위해 여주 골프장을 붙여 패키지 매각을 시도했는데 알짜 자산인 여주 자산만 매각하게 돼 주객이 전도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한라그룹은 “세인트포CC 관련 세부조건들이 합의가 지연돼 우선 세라지오 매각만 먼저 진행하는 것”이라며 “제주도 세인트포CC 및 배후부지의 후속 개발사업은 스톤브릿지자산운용과 카카오VX 등이 참여하는 포괄적 협력 관계로 지속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