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비도 안 오는데 장마 맞아?

장마, 비 내리는지 여부가 기준 아냐…정체전선 형성으로 판단

장마전선 동서로 갈라져…한반도 소강상태, 中·日엔 폭우 내려

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5일 광주 북구청 교차로 교통섬에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밖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북구청 직원들이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본격적인 장마가 시작된 5일 광주 북구청 교차로 교통섬에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밖으로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북구청 직원들이 우산을 쓰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장마는 끝난 거 아니야? 비가 내리지도 않고, 비 소식도 없는데?"



최근 주변에서 이 같은 이야기가 많이 들려온다. 장마철이라고 하지만 비는 거의 오지 않고 오히려 찌는 듯한 무더위만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제주에서는 지난 3일 장마가 시작된 이후 처음 며칠만 비가 내렸고 산지를 제외한 육상에는 5㎜ 내외의 보슬비가 내리거나 아예 내리지 않는 등 흔히 생각하는 비다운 비는 만나보지 못하고 있다.

기상청이 장마철을 공식 선언했는데도 왜 비가 주룩주룩 내리지 않는 것일까.

장마철을 결정하는 여러 가지 조건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정체전선의 형성 여부다. 정체전선은 일명 '장마전선'을 일컫는 기상 용어다. 우리나라 남쪽에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북쪽에는 오호츠크해 고기압(또는 대륙 고기압)이 자리 잡고 있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따뜻한 공기를, 오호츠크해 고기압은 찬 공기를 각각 머금고 있다. 이 두 고기압이 만나면서 정체전선이 형성된다. 더울 때 컵에 찬물을 부으면 컵 주변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같은 원리다.

두 고기압이 만나는 지점에 비구름이 형성된다. 이 따뜻하고 차가운 공기 간의 세력 싸움에 따라 비가 내리는 지점이 결정된다. 초여름까지는 오호츠크해 고기압이나 대륙 고기압이 한반도 전체를 덮고 있고, 북태평양 고기압은 저 멀리 남태평양으로 밀려나 있다. 그러다 서서히 북태평양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정체전선이 위로 올라온다.

장마가 이어지던 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산 등 장마 대비 용품을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장마가 이어지던 지난 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직원이 우산 등 장마 대비 용품을 진열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상청은 장마의 시작과 종료를 단지 비가 내리는지 여부로 판단하지 않는다. 비가 와야 장마로 여기는 일반인의 인식과 차이가 있는 부분이다. 올해의 경우 조금씩 북상한 정체전선과 강수의 시작 시점이 일치해 3일부터 장마가 시작됐다. 하지만 2010년에는 6월 17일 제주에 정체전선이 발생했지만, 강수량은 겨우 4㎜에 그쳤다. 본격적인 비는 26일에야 시작됐다. 그래도 기상청은 2010년 장마 시작일을 6월 17일로 봤다.

관련기사



현재 정체전선은 우리나라를 사이에 두고 동과 서로 갈라져 있다. 장마철이긴 하지만 장마전선이 우리나라를 비껴서 형성돼 있는 상황이다. 올해 장마철 초기에만 비가 내리고 현재는 비 소식이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면 중국의 경우 얼마 베이징(北京)을 중심으로 시간당 200㎜의 기록적인 수준의 비가 내려 최악의 홍수가 일어났고, 일본에서도 많은 비로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현재 비가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기상청은 다만 이번 장마를 정체전선이 생겨도 비가 내리지 않는 이른바 '마른장마'라고는 보지 않는다. 기상청 우진규 예보분석관은 지난 13일 열린 수시 온라인 브리핑에서 "사실 기상청에서는 마른장마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며 "하지만 굳이 말하자면, 올해는 지역별로 강수량 편차가 커 단순히 마른장마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번 주말까지 국지성 소나기가 내리다 오는 18∼19일 전국 대부분 지역에 한 차례 더 비가 쏟아지고 나서 장마철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기상청의 또 다른 관계자는 "장마철의 끝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단의 모습"이라며 "북태평양고기압이 우리나라를 덮는 시기가 장마의 종료"라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오는 20일부터 우리나라 대기 중층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확장하면서 지금까지와는 형태가 다른 한 단계 더 강한 폭염이 찾아올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의 더위는 중국 쪽 정체전선에서 강하게 발달한 저기압이 남서풍을 유도, 우리나라로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하면서 발생한 것이다.

올해의 상황은 이렇지만, 거꾸로 장마철이 지났는데도 큰비가 내리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기상청 예보가 잘못됐다고 하기도 하는데, 장마철이 아닐 때 내리는 큰비는 주로 우리나라 서쪽에서 발달한 저기압의 영향을 받았거나 불안정한 대기 때문이다. 이때는 장기간 비 오는 날씨가 이어지지 않고 국지적으로 집중 호우가 쏟아진다.

한편 기상청 기상자료 개방 포털에 따르면 제주에서 장마가 가장 빨리 시작됐던 해는 2020년(6월 10일), 가장 늦은 해는 1982년(7월 5일)으로 나타났다. 장마 종료 시기는 1994년이 7월 1일로 가장 빨랐고, 1969년이 8월 7일로 가장 늦었다. 장마 기간이 가장 짧은 해는 1973년으로, 단 일주일만 장마가 이어졌다. 지난해의 경우 6월 10일부터 7월 28일까지 49일간 장마가 이어지면서 장마 기간이 가장 길었던 해로 기록됐다.


박신원 인턴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