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글로벌Why]극심한 경제난·권력 부패에 백신 무능까지... 개도국 민심 ‘통제 불능’

■폭발하는 개도국 반정부시위

남아공·쿠바·브라질·페루 등

살인적 물가·치솟는 실업률

최악 경제성적에도 무능 일관

백신 게이트 등 배임혐의까지

'더 이상 못참겠다' 거리로

수습책도 없어 혼란 길어질듯

사진 설명사진 설명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쿠바·브라질·페루·콜롬비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발생한 반(反)정부 시위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이들 국가는 실업률과 물가가 치솟는 와중에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쳐 경제적 피해가 극심하다는 공통점을 가졌다. 코로나19 사태를 수습해 사회 불안을 해소해야 할 각국 정부는 무능으로 일관하며 오히려 부패 스캔들로 얼룩졌다. 부글부글 끓던 민심이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며 폭발하는 지경에 이른 셈이다.




쿠바, 실업률 10년來 최고

대표적인 사례가 쿠바다. 13일(현지 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쿠바 정부는 지난 1994년 이후 27년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전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소셜미디어서비스(SNS)를 막고 독립 언론인과 반체제 인사 140여 명을 마구 잡아들이고 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쿠바 국적을 가졌으면서 스페인 일간지에 기사를 싣는 기자도 포함돼 스페인 외교장관이 이날 “해당 기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이 같은 강경 대응에도 소요 사태는 쉽게 가라앉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성난 민심이 정부의 무능을 향해있기 때문이다. 사회주의 혁명 직후인 1961년부터 미국으로부터의 경제 봉쇄를 겪어온 쿠바는 도널드 트럼프 정부 때 한층 강화된 제재로 극심한 경제위기에 시달려왔다.

그러나 최근 경제난을 단순히 미국 탓으로 돌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쿠바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1% 역성장을 기록했고 실업률은 같은 해 3.87%로 최근 10년 내 가장 높다. 코로나19 확산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부진한 경제 성적표를 받아 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최근에는 식량과 의약품 부족, 정전 사태마저 빈발하고 하루 코로나19 확진자는 수천 명대에 이른다. 이 와중에도 미구엘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전날 “문제의 근원은 미국의 제재”라며 모든 것을 미국 탓으로 돌렸다.


브라질은 대통령이 ‘백신 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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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당과 좌파 위주에서 중도·우파까지 반정부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브라질도 쿠바와 사정이 비슷하다. 브라질 역시 올해 1분기 실업률이 14.7%로 치솟고 1분기 경제성장률도 1.2%에 그치는 등 경제난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인도산 백신인 ‘코백신’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구매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당초 인도는 접종 1회당 가격을 1.34달러로 제시했는데 브라질 당국은 이보다 11배 높은 15달러에 백신을 구매했기 때문이다. 브라질 연방경찰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배임 혐의로 조사하기 시작했고 ‘보우소나루 탄핵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50%를 넘는 현지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이날 현재 반정부 시위대가 일으킨 폭동에 사망자가 72명까지 늘어난 남아공 사태의 근저에도 경제난이 있다.

시위를 촉발한 표면적 배경은 제이컵 주마 전 대통령의 수감이다. 주마 전 대통령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재임 10년 동안 뇌물을 수수하고 사기 등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7일 구금되자 지지자들이 그를 ‘정치적 희생양’이라고 주장하며 시위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폭발한 민심을 헤아리기는 역부족인 것이 사실이다.

실제 남아공의 경제난은 심각 그 자체다. 올 1분기 남아공 실업률은 32.6%로 급등했고 지난해 GDP 성장률은 -7%로 남아공 역사 100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다. 남아공은 이달 들어 하루 코로나19 확진자가 2만 명 안팎에 이르렀지만 한 번이라도 백신을 맞은 사람은 전체의 6%에 그친다. 외신들은 남아공 반정부 시위대가 백신접종센터를 습격해 내부 시설을 파괴했다고 전했다.

콜롬비아 ‘조세저항’, 페루는 ‘대선 불복’까지

또 다른 남미 국가인 콜롬비아의 반정부 시위는 올해 4월 세제개편안에 대한 ‘조세 저항’으로 시작돼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는 경찰 폭력, 가난 등에 대한 항의로 확대됐다. 콜롬비아도 5월 실업률이 15.6%에 달할 정도다. 경제 정책의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비판이 높다. 시위가 끊이지 않으면서 커피 가격까지 뛰어오르는 상황이다.

인근 페루에서는 6월 치러진 대선 결과가 한 달이 지난 지금도 확정되지 않고 있다. 당시 결선투표에서 좌파 페드로 카스티요 후보가 50.1%를 득표해 우파인 일본계 페루인 3세 후지모리 게이코 후보를 이겼다. 하지만 부패 혐의로 기소된 후지모리 후보가 사기 선거 의혹을 제기하는 바람에 20일에야 ‘최종 당선자’가 발표된다. 문제는 이를 계기로 사회 혼란이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는 데 있다. 페루 역시 5월 실업률이 12%를 기록하는 등 경제가 엉망이다.


조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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