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기·벤처

"사회에 환원" 소신대로…조창걸 명예회장 아낌없이 내놓는다

■한샘, 사모펀드 IMM에 매각

업계 호황에 '몸값 최고점' 판단

상속세 부담 가족승계도 어려워

지분매각 대금에 사재까지 출연

'리더 육성' 공익사업 속도낼 듯


국내 1위 종합 가구 인테리어 기업 한샘의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신을 포함해 특수 관계자의 지분 25%가량을 매각하는 것을 공식화하고 사재 출연을 약속했던 공익사업을 본격화한다.








시장에서는 조만간 공개될 조 명예회장과 IMM 프라이빗에쿼티(PE) 간 협상 세부 내용과 조 명예회장의 향후 행보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한샘은 14일 공시를 통해 IMM PE가 양해각서에 따라 향후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는데 딜이 최종 성사될 경우 조 명예회장과 특수 관계인은 1조 5,000억 원 안팎의 현금을 챙기게 된다. 예정대로 지분 매각이 이뤄지면 대주주 재산의 사회 환원을 통해 미래 발전에 기여한다는 조 명예회장의 계획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시장과 인테리어 가구 업계에서는 최근 수년간 조 명예회장의 지분 매각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사모펀드와의 이번 딜에 대해서는 파격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깜짝 지분 매각 딜이 이뤄질 수 있는 배경으로는 코로나19로 인해 호황을 맞은 가구 인테리어 시장 상황이 꼽힌다. 여기에 호황을 맞아 지난해 2조 원대의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한샘의 몸값이 최대로 올라선 점도 조 명예회장과 사모펀드의 전격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 명예회장으로서는 한샘의 기업 가치가 치솟고 있는 시기에 지분 매각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고, IMM PE로서는 조 명예회장 등의 지분 가치가 더 커져 부담을 느끼기 전에 신속하게 협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졌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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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한샘은 “조 명예회장이 회사의 비전과 미래 가치를 인정하는 전략적 비전을 갖춘 투자자를 찾아왔다”며 “IMM PE를 경영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 장기적인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파트너로 판단해 지분 양수도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 보유 지분 매각을 통해 태재(泰齋)재단(옛 한샘드뷰(DBEW)연구재단) 등 공익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재단법인 태재재단에 개인 보유 한샘 지분의 절반인 260만여 주를 출연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태재재단은 세계 속에서 한국의 미래를 개척해갈 전략을 개발하고 리더를 육성하기 위해 2012년 설립됐다. 조 명예회장은 2015년 3월 26일 1차로 한샘 지분 60만 주를 재단 운영자금으로 내놓았다. 이번 딜을 통해 시장에서 예상하는 주당 24만 원의 가격으로 지분 매각이 이뤄질 경우 6,240억 원 안팎의 금액이 공익 재단에 출연되는 셈이다.

한샘 측은 이번 지분 매각이 공익사업의 본격화라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또 다른 분석도 제기된다. 조 명예회장은 1939년생으로 올해 82세의 고령이다. 슬하에 1남 3녀를 뒀지만 장남은 지난 2012년 사망했다. 고인의 슬하에는 2003년생·2005년생 아들 둘이 있다. 은영·은희·은진 씨 등 고인의 동생들은 한샘 경영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손자에게 승계할 수도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가 지분 매각을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 됐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직계가족에게 30억 원 이상 상속할 경우 최대 50% 상속세율이 적용되는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주요 국가들이 30~40%인 점에 비해서도 높은 수준이다. 특히 경영권 승계를 위한 지분 상속의 경우 매출 1,500억 원 이상 중견·대기업은 상속가액의 20%가 할증된다. 실질적으로 60%까지 상속세가 적용된다. 지난해 매출액이 2조 674억 원인 한샘은 60%의 상속세를 내게 되는 것이다.

한샘을 손자에게 상속할 경우 상속세는 더 증가한다. 손자로 세대를 건넌 상속이 이뤄지면 상속세율이 75%로 높아지고 주식으로 상속할 경우 대주주 할증 20%가 추가돼 상속세율이 95%에 달하게 된다. 그가 그동안 직계가족에 대한 승계 의사가 없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밝힌 것도 사실상 경영 승계가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몇 년 전부터 꾸준히 매각설이 제기됐지만 이번에 전격적으로 매각이 성사된 것은 호황 속에서 한샘의 몸값이 최고점에 올랐다는 점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동안 한샘은 백화점 그룹을 비롯해 사모펀드 등과 매각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코로나19에 따른 가구 인테리어 인기, 건설 경기 활황으로 지난해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하고 올해 역시 성장이 예상돼 한샘의 기업 가치가 껑충 뛰었다. 한샘의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2% 오른 5,530억 원, 영업이익은 46.7% 오른 251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66.3% 증가한 198억 원이었다. 유안타증권은 “한샘은 리하우스 중심의 인테리어와 리모델링 시장 내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며 “기존 스타일 패키지의 확장 개념인 삼성전자와의 ‘가전+가구’ 패키지 다양화는 시장 내 한샘의 시장점유율 확대를 구체화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승 기자·강도원 기자·박시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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