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야간 알바 쓰느니 문 닫는다" 인건비 늘자 불 끄는 편의점

■최저임금 9,160원 후폭풍

점포 20% 적자인데 부담 더 늘어

"사장보다 알바가 월급 많이 받아"

심야장사 포기하고 무인영업 전환

손해 늘자 인건비 줄이려 몸부림


# 최저임금이 6,470원이던 지난 2017년부터 편의점을 운영해온 A 씨는 내년 최저임금이 9,160원으로 올랐다는 뉴스를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최근 월세까지 올라 24시간 운영에 부담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A 씨는 “야간 매출이 20만 원 수준이라 내년도 최저임금에 주휴 수당까지 합치면 안 봐도 손해”라며 “재계약 때 야간 미영업으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했다.








편의점의 상징인 24시간 영업을 포기하는 점포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최저임금까지 급격하게 오르자 인건비 부담으로 심야 장사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운영 시간 감축은 결국 고용 감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어 이번 최저임금 인상이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조치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4일 편의점업계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빅3(CU·GS25·세븐일레븐)의 심야 미영업 비중은 매년 꾸준히 늘어 올해 6월 기준 20%에 육박했다. 5개 점포 중 1개는 심야 시간에 문을 닫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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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별로는 GS25의 심야 미영업점 비중이 2018년 13.6%에서 올해 6월 말 기준 18.1%로 크게 뛰어올랐다. CU와 세븐일레븐도 사정은 비슷하다. CU의 심야 미운영 점포 비중은 2017년 16%에서 지난해 20%로 증가했고 같은 기간 세븐일레븐은 17.6%에서 21%로 늘었다.

편의점들이 이처럼 24시간 영업을 하지 않는 데는 인건비 부담이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최저임금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편의점주들의 부담은 심야 시간대 영업을 포기할 만큼 늘고 있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통상 점주 수익에서 40~45%가 인건비로 나간다”며 “특히 심야에는 아르바이트생에게 야간 수당까지 줘야해 부담이 크다”고 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인건비는 점주들을 더욱 압박하고 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에 따르면 2016년부터 편의점 점포 수는 11.6%씩 꾸준히 증가했지만 점포당 매출액은 0.9%씩 감소하고 있다. 홍성길 한국편의점주협의 정책국장은 “편의점 20%가 인건비와 임대료를 낼 수 없는 적자 점포”라며 “최저임금 인상에 주휴 수당까지 더하면 이제는 도저히 24시간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는 전날 정부의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반발하는 성명을 낸 데 이어 조만간 중소기업중앙회를 통해 이의 제기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 악화와 인건비 압박으로 앞으로 새벽에 불을 끄는 편의점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 편의점주는 “야간 매출이 갈수록 줄어들어 내 월급보다 아르바이트생 월급이 더 많을 지경”이라며 “전기료 지원과 배분율 등이 깎여도 재계약 때는 야간 미영업으로 돌릴 생각”이라고 했다.

야간 미영업과 함께 직원 없이 야간 무인 영업을 하는 편의점도 늘고 있다. 올해 6월 말 주요 편의점의 야간 무인(주간 유인 하이브리드형) 점포 수는 1,000여 개로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났다. 편의점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건비 부담으로 야간 영업을 포기하거나 무인으로 돌리게 되면서 결국에는 편의점에서 발생하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박민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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