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해외칼럼] 바이든이 이끄는 '미국의 아침'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美 소비·고용 회복 주도한 바이든

레이건 황금기보다 결실 눈부셔

백신 접종률 상승에도 능력 발휘

경제분야 치적 충분히 자랑할 만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지난 6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제자문위원회(CEA)가 블로그를 통해 “단 한 달의 고용 동향을 보여주는 월례 고용 보고서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굳이 고용 보고서가 발표되기 하루 전에 글을 올린 이유는 자명하다. 보고서 내용이 부정적일 경우 “허약한 고용 수치에 대한 구차한 변명”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발표된 고용 수치는 대단히 양호했다. 6월 미국 경제는 비농업 부문에서 무려 85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탓에 한시적으로 인상된 실업수당이 근로자들의 취업 의지를 약화시키고 이로 인해 기업들이 고용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주장이 나도는 가운데 발표된 6월의 일자리 증가는 그래서 더욱 인상적일 수밖에 없다.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상당한 규모의 신규 인력을 채용했다는 얘기다.

우리는 지금 경기 호전을 선언하기에 충분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이처럼 경제가 잘나가자 공화당은 미국이 수십 년 이래 최악의 고용 위기를 겪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접는 대신 현재의 강력한 고용 증가가 2017년에 단행된 도널드 트럼프의 감세 덕분이라고 주장한다.

1984년 대선에서 로널드 레이건은 ‘미국의 아침(morning in America)’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지금의 경제는 레이건의 압승을 가능하게 한 1980년대 초에 비해 훨씬 뜨거운 상태다.

바이든 취임 이후 지금까지 미국 경제는 3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매달 60만 건의 고용 창출이 이뤄진 셈이다. 이에 비해 1984년 미국은 선거 전까지 월평균 34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보태는 데 그쳤다.



바이든은 취임 후 연 5%의 고용 증가를 기록한 데 비해 1983~1984년의 신규 고용 성장률은 4.4%에 그친다. 근로 연령대로 범위를 좁힐 경우 둘의 고용 증가율 차이는 더욱 크게 벌어진다. 근로 연령대의 연간 고용 증가율은 1980년대에 연 1%를 기록하다가 그 이후 정체됐다. 이런 수치들은 지금 경제가 잘 굴러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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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좋은 것은 모두 감세 덕분이라는 공화당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이 증세를 단행하자 모든 공화당 의원들은 “조만간 경제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하지만 증세 후 미국 경제가 번영을 이어가자 그들은 1990년대 말의 호황이 1980년대 초반에 레이건이 단행한 감세 때문이라고 말을 바꿨다. 지금도 공화당은 올해의 호황이 4년 전 트럼프의 감세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우긴다.

사실 1983~1984년의 호황은 레이건의 공이 아니다. 1982년 금리를 인하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덕이다.

바이든은 올해 고용 증가와 관련해 상당 부분 공로를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그가 제안한 미국 구조 계획이 미국인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강화했고 이것이 성장의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백신 접종률을 빠르게 끌어올림으로써 코로나19 감염률과 사망률을 크게 낮춘 점이다. 이미 오래전에 일부 전문가들은 팬데믹의 기세가 꺾여 봉쇄가 해제되면 미국 경제가 신속한 V자형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성공적인 백신 접종으로 우리는 바로 지금 그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신속한 접종은 정치적 지도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백신이 개발된 것은 바이든이 취임하기 이전의 일이고 새 정부 출범에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수백만 회의 접종을 지시한 바 있다.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는 백신 보급을 조율하고 실제 접종을 실시하는 데 전임 행정부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를 취했다.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정치적 지도력의 중요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각 주의 백신 접종률부터 살펴봐야 한다. 백신 접종률은 각 주의 당파색과 놀라울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투표한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는 트럼프를 지지한 레드 스테이트에 비해 높은 백신 접종률을 보인다.

이 정도면 지금 우리가 진정한 ‘미국의 아침’을 맞고 있고 바이든이 레이건보다 후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토를 달기 어렵다.

물론 상황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레드 스테이트의 저항으로 백신 접종률이 둔화된다든지 상당수 비접종자들로 인해 또 다른 팬데믹의 물결이 밀려올 수도 있다. 물가 상승이 심각하게 진행될 가능성 또한 배제하지 못한다. 단기적인 경제 성장이 긍정적인 장기적 결과를 가져오리라는 보장도 없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는 장밋빛 일색이고 바이든에게는 활기찬 미국의 아침을 이끌어냈노라 자랑할 만한 충분한 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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