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여명] "장관도 靑 참모도 무주택자 되면 인정하겠습니다"

이종배 건설부동산부 부장

김현미 "시세 30~40%" 공언했지만

3기 신도시 분양가 결국 60~80%로

이념 매몰 '부동산 정치화' 더 심화

"시장 무정부 상태" 여론 부글부글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3기 신도시 분양 가격을 시세 대비 60~80%로 책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생각보다 안 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는 “상반된 견해가 있는데, 일부는 너무 낮은 분양가 때문에 ‘로또 청약’이 될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적정하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했다.

1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7·10 대책’을 발표하면서 “3기 신도시 분양가는 시세의 30~4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정부인데 장관이 바뀌고, 집값이 더 올랐다는 이유로 신도시 분양가가 껑충 뛴 것이다.

물론 노 장관의 말대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비싸지는 않다. 그런데 1년 전에는 절반도 안 되는 값에 분양하겠다고 장관이 자신 있게 이야기했다. 이제 와서 못해도 60% 수준에 공급하겠다고 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결론은 반값 신도시를 철석같이 믿은 국민만 바보가 된 것이다.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 정책을 믿을 수 있을까. 줄곧 신뢰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대는 했다. 선거 패배 이후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희망(?)’을 줬다. “부동산 실패로 정말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큼 심판을 받았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망가트린 김수현 전 정책실장과 김현미 전 장관도 바꿨으니 말이다.



그런데 두 달이 흐른 현재 실낱같은 희망은 사라졌다. 정책 실패의 핵심 원인이었던 ‘부동산의 정치화’라는 망령이 더 강해지고 있다. 여당이나 정부·청와대 모두 이제는 대선이라는 관점에서만 부동산을 보고 있다.

관련기사



종부세 완화 논란을 보자. 여당은 종부세를 완화해주는 것이 대선 승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상위 2% 종부세’다. 양도세 완화도 오히려 오랜 기간 보유한 사람이 세금을 더 내는 기형적인 구조가 됐다. 집값 안정보다는 정치적으로 접근한 결과다.

여당 대권 후보들의 공약 또한 결국 ‘집토끼’를 잡기 위한 행보다. 시장에서 실패한 ‘규제와 증세’를 전면에 내걸고 있다. 부동산 때문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오로지 자기네 지지층 표만 염두에 둔 행보다. 지지층 표만 확보해도 대선에서 불리하지 않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부동산 시장을 아직도 이념적 잣대로 재단하면서 시장은 더 쑥대밭이 되고 있다. 주택은 가격 탄력성이 워낙 높은 상품이다. 그런데 모든 정책이 정치적 판단하에 이뤄지면서 수요도, 공급도 정상 사이클을 벗어났다. 전문가들조차 ‘현재 시장은 비이성적’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이제 좀 쉴 때도 됐는데 계속 오르고 또 오르고 있어서다. 그런데도 정부의 계속된 정책 헛발질에 ‘집값 안정’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부동산 카페에 여당과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글들이 적지 않다. 좋아서 그럴까. 아니다. 여당이 계속 집권해야 자기 집값이 더 오르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이념에 매몰된 정책 헛발질을 계속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풍자’와 ‘분노’가 뒤섞여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시장 안정은 결국 거품이 꼭짓점에 도달한 뒤 이뤄질 수 있다는 섬뜩한 경고도 내놓고 있다.

지금 부동산 시장은 무정부 상태다. 부동산 정책이 파탄 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정부 끝까지 부동산은 정치와 이념에서 못 벗어날 것이 뻔하다. 현 정부 임기 내에 시장 안정 기대는 버려야 할 것 같다. 한 네티즌의 글이다. “집값 안정이요. 장관님이 집을 팔고 청와대 참모들이 집을 팔아 무주택자가 되면 인정할게요.” 실현 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시장은 알고 있다.

이종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