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재확산에 확진자가 끊이지 않고 있는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 초유의 업권 전수 검사를 진행한다. 3만 명에 가까운 증권맨들이 앞으로 한 달간 코로나19 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증권사들은 뒤늦게 재택근무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직원들 사이에서는 뒤늦은 조처라는 얘기가 나온다.
15일 서울 영등포구는 지난 12~14일 금융투자협회와 금융사 35곳에 공문을 보내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 격상에 따른 예방 조치로 전 직원 선제 검사를 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영등포구와 같은 지방자치단체가 관내 특정 지역에 특정 업종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수 검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등포구는 9일 금융투자협회에 금융기관 필수 인원의 선제 검사를 요청했으나 이후 여의도 금융권을 중심으로 코로나19 확산세가 더욱 악화하자 대상을 확대해 전 직원이 선제 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최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후 14일까지 나온 확진자는 70명이다. 전수 검사를 위해 12일 채현일 영등포구청장이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을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공문에 따르면 여의도 내 금융사 35곳이 15일부터 다음 달 20일까지 순차적으로 검사를 받게 돼 있다. 검사 대상 인원만 2만 7,973명에 이른다.
검사는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 설치된 선별진료소에서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된다.
영등포구는 인원이 많다 보니 금융사별로 휴일을 제외하고 4일간 직원을 4분의 1씩 나눠 검사를 받으라고 권고했다. 다만 이는 검사를 분산시키기 위한 권고 일정일 뿐 희망자는 언제든지 검사가 가능하다고 영등포구는 설명했다. 권고 사항인 만큼 강제성은 없다.
이번 사태는 단일 업종 종사자들이 몰려 있는 여의도의 특성으로 인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다수의 종사자가 점심 식사 시간과 출퇴근 시간을 공유하는 데다 부서에 따라 대면 업무가 필요한 직무도 많아 코로나19 확산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연이어 확진자가 쏟아지며 뒤늦게 재택근무, 순환 근무 등의 대책 마련에 나섰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여의도 금융사는 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증권·하나금융투자·키움증권·현대차증권 등 10여 곳에 이른다.
일각에서는 증권가의 하향식 문화로 일부 부서는 뒤늦게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30대인 한 증권사 직원은 “증권사 중에는 하향식 조직 문화를 유지하는 곳들이 많다”며 “이 같은 조직 문화와 대면 업무 방식을 선호하는 특성상 재확산이 시작됐음에도 재택근무 등 확산 방지 조치를 늦추다가 일이 커진 것”이라고 말했다.
재택근무 및 방역 수칙 준수, 전수 검사로 업무가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 등 대체 투자 업무는 사람 만나는 게 업무의 전부”라며 “전수 검사에서 확진자가 나와 밀접 접촉자들이 대거 격리에 들어가면 업무에 적잖은 타격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에서도 현역 의원을 포함해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국회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선제 검사에 들어갔다. 15~16일 국회 내 6곳에서 임시 선별검사소를 운영하며 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국회가 국회의원을 포함해 국회 내 상주 근무자 전원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선별검사를 실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