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인텔이 세계 4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 인수에 나섰다. 15일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확장을 위해 300억 달러(약 34조 원)를 투입해 글로벌파운드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인텔이 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을 추진하며 반도체 패권 전쟁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3월 200억 달러 규모의 파운드리 증설 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과감한 M&A로 몸집을 키워 경쟁사를 압도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와 의회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위해 반도체에만 520억 달러를 쏟아붓는 등 전폭적으로 전략 산업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만 파운드리 업체인 TSMC도 초미세 공정에서 두드러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TSMC는 2분기에 7㎚(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공정 제품군의 매출 비중이 49%에 달했다. 5㎚ 비중도 18%를 차지해 초미세 공정 분야의 저력을 확인했다. 영업이익도 약 5조 9,000억 원으로 파운드리 부문에서 1조 원가량의 영업이익을 낸 삼성전자와의 격차를 더 벌렸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하지만 파운드리 등 비(非)메모리에서는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50%)의 3분의 1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런데도 20조 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 증설 투자는 지연되고 있으며 2017년 이후 1조 원 이상의 M&A 실적도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삼성이 기술 패권을 유지하려면 과감한 M&A와 투자 확대 등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과도한 세금과 규제의 벽이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국내 반도체 업계는 TSMC의 2.5배에 달하는 법인세 부담을 떠안고 있다. 이런 가운데 여당은 반도체지원특별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최소한 경쟁국 수준만큼은 국가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기술 초격차도 유지할 수 있다. 우물쭈물하다가는 20년 가까이 지켜온 ‘반도체 강국’ 위상마저 다른 나라에 내줄 위기에 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