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파병부대 백신 안 보내고 北엔 공급 제안한 게 정상인가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에서 우리 선박 보호 임무를 맡은 청해부대 문무대왕함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문무대왕함 승조원 300여 명 가운데 현재 확진자는 6명이고 유증상 격리자는 80여 명에 이른다. 부대원 전원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지 못한 데다 밀폐된 공간에 인공 환기 시설이 연결된 특성을 감안할 때 대규모 추가 감염이 우려된다. 2월 아덴만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34진은 다음 달 초 임무 교대를 앞두고 있었다. 군 당국은 4월 장병을 상대로 백신 접종을 시작했지만 청해부대에는 백신을 보내지 않아 집단감염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군이 청해부대 장병에게 조기 접종만 했어도 이번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군은 백신 수송이나 접종 후 부작용 대처 계획을 세우기가 쉽지 않아 8월 말 귀국 후로 미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국의 안이한 인식과 소홀한 관리가 집단감염을 초래했다. 해군은 청해부대가 보급을 위해 수시로 현지 항구에 들어가 현지인과 접촉할 수밖에 없는 점을 감안해 백신 접종을 서둘렀어야 했다. 4월 중 서해로 이동하던 고준봉함에서 확진자가 38명이나 무더기로 발생한 것을 교훈으로 삼지도 못했다.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국군 55만 명분의 백신 지원을 밝혔을 때도 군은 청해부대를 대상에 넣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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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6월 오스트리아 방문 때 “북한이 동의한다면 백신 공급 협력을 추진하겠다”고 부적절한 제안을 했다. 해외에 파병된 우리 부대에는 관리의 어려움을 들어 백신을 보내지 않으면서 북한에는 주겠다고 한 것이 정상적 행태인가. 노무현 정부 말기 때처럼 대선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북한에 너무 매달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북 이벤트에 집착해 평화·대화 타령을 하느라 우리 장병의 보호를 소홀히 하고 안보 태세를 흩뜨린다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울러 청와대는 방역 컨트롤타워 역할을 부인하고 ‘모두 책임론’을 거론하는 무책임한 자세가 이번 사태를 키우지 않았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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