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대학교 창업 동아리였다. 하지만 창업 3년 만에 세계적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들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10분 내외의 짧은 웹 드라마를 만드는 밤부네트워크 이야기다. 지난 5월에는 벤처캐피탈(VC)로부터 25억 원의 시리즈A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자본금 100만 원으로 출발, 기업가치는 110억 원으로 껑충 뛰었다. 네이버와 KT 등 정보기술(IT) 플랫폼 기업부터 쿠팡·신세계 등 유통 공룡까지 경쟁력 있는 오리지널콘텐츠 확보 전쟁에 나선 만큼 기업가치는 더욱 오를 것이란 관측이다.
◇자본금 100만 원으로 시작…5년 만에 몸값 110억 원
최근 서울경제와 만난 밤부네트워크 정다빈 대표의 표정은 밝았다. 의류 제조 유통기업인 에프앤에프(F&F) 자회사인 에프앤에프파트너스로부터 신규 투자를 유치했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자인 액셀러레이터(AC)인 엑센트리벤처스도 재투자를 했다. 성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본 셈이다. 새로 마련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사무실은 칸막이 없이 널찍했고 20~30대로 보이는 직원들은 자율 출퇴근 방식에 점심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일에 몰두하고 있었다.
정 대표는 투자 유치 이후 직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했다고 밝혔다. 그는 “콘텐츠 싸움은 결국 사람에서 시작해 사람으로 결론 나기 때문”이라며 “MZ세대의 이야기를 그들의 언어와 문법으로, 그들이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으로 풀어낸 것이 높은 기업가치를 받은 비결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1991년생으로 공동 창업자인 송윤근 대표와 2016년 아주대학교가 운영하는 ‘파란학기제’ 프로그램을 통해 웹 드라마에 첫발을 들였다. 파란학기제는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본인이 하고 싶은 목표에 대해 도전 과제를 기획한 뒤 이를 실천해 학점을 받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은 CJ의 ‘다이아TV’ 인턴 PD 공모전에 참여, 대학 창작자 서바이벌 오디션 기획안이 선정돼 촬영을 진행하게 됐다. ‘네가 연애를 아느냐’란 제목의 웹 드라마는 네이버TV에 배급됐고 아마존 재팬에 수출까지 됐다. 이후 웹 드라마의 가능성을 확인한 이들은 공모전에 입상한 상위 대학(1~4위) 팀원들과 함께 자본금 100만 원으로 콘텐츠 스타트업인 밤부네트워크를 2018년 창업했다.
이들은 누구나 주목하는, 기성 미디어 드라마와는 차별화 되는 콘텐츠가 필요했다. 그리고 당시 대학별로 운영되는 익명 게시판 ‘대나무숲’에 주목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하지만, 공감 가는 독특한 소재를 웹 드라마로 만들었다. 회사 이름을 ‘밤부’로 정한 것 역시 대나무 숲에서 따왔다. 창업 원년에만 매출 1억5,000만 원을 달성했다.
이듬해에는 한국콘텐츠진흥원과 SM 라이프디자인그룹에서 투자와 제작지원을 받아 ‘네 맛대로 하는 연애’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최고 조회 수 240만 회를 기록하며 큰 성과를 거뒀다. 이후에도 ‘어서오세요 마녀상점’, ‘연애, 오늘 배송 되나요?’, ‘달달한 그놈’ 등 히트작들을 이어갔다. 특히 ‘달달한 그놈’은 전 세계 11개국 이상에 방영되고 네이버TV 전체 채널 주간 조회수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총 21개 시리즈, 195개 에피소드를 제작했다.
MZ세대는 더 이상 지상파 드라마를 TV 앞에 앉아 본방사수하지 않는다. 다른 형식과 다른 방식의 드라마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미스틱스토리와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의 시나리오 공동 기획을 진행했다. 중국 알리바바픽처스와 ‘당신이 사랑에 빠졌을 때’에 시나리오를 판매하기도 했다. 텐센트, 라쿠텐에도 콘텐츠를 공급 중이다.
◇“전 플랫폼에 콘텐츠 공급이 강점”
밤부네트워크는 웹드라마 제작 시장에서 점유율 3위 정도로 평가받는다. 와이낫미디어와 플레이리스트가 기업 가치 700억 원 정도로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와이낫미디어 역시 최근 여러 곳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플레이리스트는 네이버 계열이다.
밤부네트워크는 특정 플랫폼에 국한되지 않고 네이버TV, 카카오TV, 유투브 등 전 플랫폼에 콘텐츠를 공급하는 점이 강점이다. 유투브 B플레이 채널은 구독자만 18만 명이다. 여기에 더해 중국과 일본, 미국 시장의 OTT 업체들과도 직간접적으로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특정 플랫폼에 묶여 있지 않다 보니 향후 유통 대기업 등 OTT 시장에서 더 많은 곳과 협업 가능한 점도 강점으로 평가 받는다. 이번 시리즈A 투자 유치 이후 글로벌 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확장해 갈 예정이다.
웹 드라마 외에도 광고 수익 모델 강화, 브랜드 SNS채널 등 회사의 핵심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실제 주요 기업들의 브랜드 캠페인이나 디지털 광고, 기업과 기관 컨퍼런스 영상 제작 도 하고 있다. 신한퓨처스랩, WCIF세계문화산업콘텐츠 포럼, KB국민은행, 문화체육관광부, CGV 등과 작업해 실력 발휘를 한 바 있다. 정다빈 대표는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보다 다양한 플랫폼에서 경쟁력을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