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한반도 24시] 김정은 신변이상설과 증권가 작전세력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DJ정권 이후 '휴민트 체계' 붕괴

정보당국, 대북 첩보 깜깜이 수준

'金 뇌출혈' 등 작전세력 루머 봇물

국정원·警 '北정보망' 구축 나서야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서울경제DB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 /서울경제DB




필자는 국가정보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08년 5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주기적으로 ‘김정일 사망설’에 시달렸다. 출처는 증권가 작전 세력의 정보지 ‘찌라시’였다. ‘긴급’ 타전 제목이 달린 스토리는 주로 CNN 등 외신이나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보기관의 보고를 가장했다. ‘김정일은 쿠데타 세력의 공격이나 심근경색으로 식물인간이 됐으며 군부가 중국과 새로 추대할 지도자 문제를 협의했다’는 내용이었다. 증권가 루머 조작팀은 출처 확인이 어렵도록 중국이나 미국의 전직 정보기관 요원이나 전문가들의 이름을 익명으로 도용한다. 주로 한국 증시 오후 장에 루머를 유포해 업무가 종료된 미국에서 사실관계 확인을 어렵게 한다. 루머가 가짜 뉴스로 판명되는 데는 대략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그동안 작전 세력들은 공매도 전략으로 주식시장이 잠시 혼란한 틈을 이용해 주식을 사고 판다. 주식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빌려서 매매를 시도한다. 또 일부 세력들은 혼란을 틈타 ‘이상한 거래’를 진행한다. 김정일이 건재해 평양이 정상대로 작동되고 있다는 정보 당국의 확인이 있은 후 해프닝은 종결된다. 2011년 12월 김정일이 실제로 사망할 때까지 증권가 작전 세력들은 외신을 이용해 평균 3~4개월 주기로 사망설을 유포했다. 당시 2008년 뇌졸중 증세를 보였던 김정일의 건강이 초미의 관심사라 증권가와 외환시장의 혼란은 불가피했다.



이달 초 들어 ‘김정은 국무위원장 뇌출혈 회복 불능, 평양 봉쇄’라는 제목의 ‘CNN 긴급’ 타전으로 증권가 작전 세력이 또 움직였다. ‘김정은이 열흘 전에 뇌출혈로 의식불명’이라는 증권가 루머는 매일 평양 뉴스를 문서로 정리하고 북중 국경의 이상 동향을 주기적으로 판단하는 전문가 입장에서 앞뒤가 맞지 않았다. 김정은이 6월 29일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비상 방역 관련 ‘중대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으며 2016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성공 축하연에서 자신과 맞담배를 피웠던 리병철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째려보던 화면이 생생했기 때문이었다. 8일 자정 김정은은 김일성 사망 27주기를 맞아 150여 명의 고위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6월 들어 고도비만의 김정은이 손목시계 줄을 줄이는 등 다이어트를 한 것과 관련해 증권가 작전 세력들은 건강이상설을 내세워 재빨리 움직였다. 모든 해프닝은 정보 당국의 정확한 대북 정보 파악이 신통치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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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목에서 과연 외부에서 북한 최고지도자의 유고(有故)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한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결론은 ‘미션 임파셔블(mission impossible)’이다. 과거 평양 최고지도자의 안위에 관한 정보 파악은 모두 실패했다. 1994년 7월 8일 묘향산 별장에서 김일성 사망, 2011년 12월 17일 김정일 사망 모두 이틀이 지나 북한이 공식적으로 발표해 외부에 알려졌다. 사인은 심근경색으로 추정됐다. 2008년 9월 당시 김성호 국정원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비공개 회의에서 김정일이 “스스로 양치질을 할 수준”이라고 보고했다가 진위를 둘러싸고 곤욕을 치른 적이 있다. ‘얼마나 신빙성 있는 첩보인가’라는 지적에 한발 물러섰다. 북한이 프랑스 의사를 초청했다는 것은 CIA가 한국 정보기관에 귀띔했기 때문에 가능한 정보였다. 현재까지 평양 권부 최고지도자의 안위에 관한 첩보는 그야말로 ‘깜깜이’ 수준이다. 김대중 정부 출범 이후 국정원의 인적 정보인 휴민트가 붕괴하기 시작해 제대로 가동되는 대북 정보망이 없다. 최근 국정원에서는 원훈석(院訓石) 글씨체로 ‘신영복체’를 채택해 전직 대공 요원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경찰청도 이에 질세라 따라하기에 나섰다. 창립 60주년을 맞았지만 남북정상회담 개최에만 관심을 가질 뿐 북한 내부 동향을 파악하지 않는 정보기관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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