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백상논단] 대선주자들은 국회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단임 대통령 성과 내려는 욕망에

여당 지도부 자율성 갈수록 위축

여야 극단 대치로 '동물국회' 재연

잠룡들 국회 어떻게 다룰지 궁금

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손병권 중앙대 교수·정치학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정국이 달아오르면서 개헌에 관한 의견들이 대선 주자들의 입을 통해 본격적으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대선 주자들의 견해는 무엇보다도 제6공화국 대통령제를 소위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부를 것인지, 제왕적 대통령제라는 규정에 동의한다면 이를 어떻게 고쳐 더 나은 권력 구조를 만들어낼 것인지를 중심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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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대통령의 권한 못지 않게 권력분립과 견제·균형을 표방하는 대통령제에서 정치권과 대선 주자들이 관심을 가져야 할 과제는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변화다. 이는 지금의 개헌론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제가 어떤 형태로든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것이지만, 국민적 합의가 없이는 현상 유지가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 가정은 당분간 타당하리라 생각된다. 지금 대통령 선거가 초미의 관심사인데 한가하게 정쟁이나 일삼는 국회 이야기를 꺼내느냐고 하는 이도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인식 전환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제6공화국 이후 역대 대통령이 국회에 대해 드러낸 태도에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고, 이로 인해 나타나는 국회 기능의 퇴조 때문에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 운영이 지속되는 악순환이 반복돼왔기 때문이다.

제6공화국 이후 국회 여당 지도부의 자율성은 점점 위축돼왔다. 이는 근본적으로 여당 지도부가 5년 단임의 짧은 기간 안에 성과를 만들어내려는 대통령의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레임덕 이전에 자신의 정책 어젠다를 조속히 입법화해 업적을 남기려는 대통령들은 여당 지도부를 강하게 압박해왔고, 이러한 압박 속에서 여당 지도부는 야당과 타협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과 재량권을 갖기 어려웠다. 여당 지도부는 야당과의 협상에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상황에 봉착하면 국회의장을 압박해 직권 상정으로 대통령의 의지가 담긴 법안을 통과시키려 했다. 이는 야당의 강력한 반발을 초래했고, 그 결과 국회는 장기간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입법 기능이 마비될 수밖에 없었다. 2012년 5월 국회선진화법이 제정돼 직권 상정 요건이 강화됐고 소수 당의 입장을 보호하는 조치가 마련됐으며, 국회 몸싸움에 대한 처벌이 엄격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2016년 테러방지법 통과 과정이나 2019년 말 선거법 및 공수처법 처리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대통령의 의지를 받든 여당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경우 여야의 극단적 대치 상황이나 소위 ‘동물 국회’가 어김없이 재연됐다.

문제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국정 운영에 정말 필요한 정책이라고 생각되면 국회를 질책하고 여당 지도부를 압박만 할 것이 아니라 자신이 직접 야당과 적극적으로 대화해 타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만 본인도 국회의원 출신이면서 우리 대통령들은 청와대에 들어가기만 하면 이상하게 여의도 정치를 멀리하면서 “제발 일할 수 있도록 국회가 발목 좀 잡지 말라”고 야당을 비판하고 여당 지도부를 압박하곤 했다. 여당 지도부가 혹시라도 대통령에게 이견이나 대안을 제시하면 ‘자기 정치’를 한다고 비판하며 거세했고, 이로 인해 여당은 청와대 친위 세력이나 강경파의 독점 무대가 되곤 했다. 그 결과 여야 관계는 진영 논리가 지배하는 우적(友敵) 관계로 전락했고 국회의장은 중재 능력을 상실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갈등이 종종 사법기관을 통해 처리되는 경우도 나타났다. 요컨대 국회의 퇴행은 적지 않은 부분에서 대통령이 국회와 야당을 설득하는 것을 등한시하고 여당 친위 세력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신속히 만들어내려는 시도에서 빚어진 것이다. 이것이 국회에 대한 대통령의 부정적 인식이 국회의 퇴행을 유도했다고 보는 이유이며, 과연 지금 대선 주자들이 국회를 어떻게 보고 있고 그들이 대통령이 되면 국회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 물어보고 싶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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