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가 부적절한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면서 한일정상회담이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초 도쿄 올림픽 개막에 맞춰 스가 히데요시 일본 총리와 만나 수출 규제 등 현안을 논의하려 했지만 돌발 악재가 발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주한 중국 대사가 국내 정치에 간섭하는 입장을 밝히면서 연내 추진 중인 한중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8일 청와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19일 김부겸 국무총리와 주례 회동 등을 통해 한일정상회담 개최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1시간가량 주요 현안을 논의하는 회담을 요구하는 반면 일본은 15분 내의 의례적 회담을 주장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소마 공사가 국내 언론과 만난 자리에서 문재인 정부를 겨냥해 성적 비속어를 언급하는 일이 발생했다. 소마 공사는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일방적으로 신경전을 벌인다며 성적 자위행위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지난 16일 해당 발언이 언론을 통해 알려졌고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은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 일본 대사를 초치했다. 최 차관은 고이치 대사에게 “비외교적이고 무례한 발언”이라며 항의했다. 고이치 대사 역시 “부적절한 발언이었으며 소마 공사에게 엄중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와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한일정상회담 추진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판을 깰 수 있는 악재가 발생했다고 평가한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일정상회담에 소극적인 일본이 소마 공사와 관련해 엄중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우리 국민 여론상 문 대통령의 방일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싱하이밍 주한 중국 대사 역시 최근 국내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했다. 싱 대사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사드 배치 발언과 관련해 “중국의 레이더는 한국에 위협이 되지 않으며 박근혜 정부 당시 배치한 사드가 상호 신뢰를 해쳤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가 아닌 야권의 정치인인 윤 전 총장을 직접 겨냥해 공개 반박을 한 것이다. 윤 전 총장은 앞서 “중국이 사드 배치 철회를 주장하려면 자국의 장거리 레이더를 먼저 철수해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주한 중국대사관을 향해 “정치인의 발언에 대한 외국 공관의 공개적 입장 표명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싱 대사의 발언이 논란이 되면서 연내 추진 중인 한중정상회담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판단이다. 박 교수는 “중국의 일방주의에 대한 우리 국민 여론이 심각하게 악화한 상황에서 중국 대사가 국내 정치에 개입하는 듯한 입장을 냈다”며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 악재가 많아 한중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낙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