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 4단계가 적용된 첫 주말인 지난 17일. 서울의 대표 상권인 마포구 홍대입구역과 합정역 인근 거리는 저녁 6시가 되자 음식점과 카페 등 점포 밖으로 나온 시민들로 잠시 북적였다. 시민들은 3인 이상 사적 모임이 금지되는 시간에 맞춰 귀가를 서둘렀다. 거리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텅 비기까지 채 30분이 걸리지 않았다. 평소 주말 같으면 긴 대기 줄이 늘어서 있을 맛집에서도 대기자는 찾아볼 수 없었다.
거리 두기 4단계가 지난 12일 수도권에 적용되고 일주일의 시간이 흘렀다. 이 기간 동안 주요 상권의 자영업자들은 매출 타격으로 ‘고난의 한 주’를 보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만일 코로나19 4차 대유행이 기약 없이 길어질 경우 ‘코로나 셧다운’으로 인한 내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일대 주요 상권에서 만난 자영업자들은 회복세를 보이던 매출이 거리 두기 4단계 이후 급감했다고 토로했다. 홍대 인근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는 김 모(43) 씨는 “그나마 주말이라 오후에는 사람이 꽤 있었는데 6시가 되자마자 순식간에 ‘유령 거리’가 됐다”며 “고깃집 특성상 단체 손님이 많이 오는데 이번 거리 두기 이후 수입이 사실상 0원에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강남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이 모(65) 씨도 “4단계를 시작하고 일주일간 매출이 직전 주의 3분의 1밖에 나오지 않았다”며 “한 달 임대료가 1,034만 원인데 2명 이상 저녁 모임이 안 되니 이번에는 정말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인근의 칼국수 가게 업주 박 모(57) 씨는 “지난해에는 매출이 너무 줄어 대출을 받아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했다”며 “그 이후로는 직원을 쓰지 않고 남편과 둘이서만 일을 하고 있는데 대출도 3,000만 원가량 있어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연중 대목인 휴가철을 앞뒀지만 자영업자들은 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숙박업소와 음식점 각각 150개, 총 300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따른 긴급 소상공인 실태’에 따르면 수도권 소상공인 중 67.3%가 “올해 7~8월 매출이 당초 기대보다 40%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3.3%는 40% 이상 60% 미만 감소, 34%는 60% 이상 감소할 것으로 각각 예상했다.
당초 자영업자들은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 이전에는 방역 수칙 완화 및 백신 접종 확대 등의 영향으로 올해 7~8월 매출이 지난해보다 16.4%가량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방역 수칙이 본격 완화되기 직전 확진자가 폭증하며 초유의 거리 두기 정책이 시행되자 이 같은 전망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휴·폐업을 고려하는 자영업자도 급격히 늘면서 내수 타격을 넘어 내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최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격상에 따른 영업의 어려움으로 자영업자의 57.3%가 휴·폐업을 고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도권 소재 자영업자 중 27.1%는 심각하게 휴·폐업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영업자들은 정부와 국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손실보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정부가 추경안에 책정한 손실보상액은 업장별로 7~9월 동안 총 60만 원에 불과하다”며 “실제 피해에 비례하는 보상이라고 보기에는 턱없이 적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에도 많은 간이과세자가 매출 하락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됐다”며 “사각지대를 메울 수 있도록 곧 구성될 손실보상심의위원회에 자영업 단체도 참여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문갑 중소기업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코로나19 4차 대유행의 본격화에 따른 거리 두기 강화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매출 급락이 불가피하다”며 “매출 절벽을 직면해 하루하루 생존을 걱정하는 이들의 피해 지원을 위한 손실보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