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동십자각] 檢이 진정 정치 독립·중립성 확보하려면

◆안현덕 사회부 차장

안현덕 사회부 차장안현덕 사회부 차장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 과정에 대한 법무부·대검찰청 합동 감찰 결과를 두고 날 선 공방이 거듭되고 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지난 14일 감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100회 소환 조사, 증언 연습 등 잘못된 수사 관행이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또 민원 사건 재배당, 수사 담당자 교체를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의혹을 초래한 처사”로 지목했다.



이에 한 전 총리 모해위증 교사 의혹을 무혐의 처리했던 당시 조남관 대검 차장검사(현 법무연수원장)는 검찰 내부 통신망에 “절차적 정의는 법리와 증거를 따를 때 지켜지는 것이지 어느 한쪽의 주장이나 신념에 의해 실현되는 게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알맹이 없는 결과 발표로 ‘한명숙 구하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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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과 조 원장의 반박에 박 장관은 “한쪽 주장만으로 판단하지 않는다”고 응수했다. 검찰을 사이에 둔 살얼음판 대치는 재판부가 강요미수죄로 기소된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게 16일 무죄를 선고하면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완벽한 수사 방해와 재판 방해로 진실이 이길 수 없는 한심한 작태는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에 대한 검찰총장의 집요한 감찰과 수사 방해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한 검사장은 곧바로 입장문을 내고 “추미애 씨가 ‘검언의 재판 방해’라는 새로운 버전의 허황된 소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합동 감찰과 법원이 내놓은 각각의 판단을 두고 또다시 극단적 대립 국면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갈등의 중심에 선 두 사건의 공통점 가운데 하나는 한 차례 이상 법원의 판단이 내려졌다는 것이다. 채널A 사건의 경우 1심 선고, 한 전 총리 사건은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이 이뤄졌다. 또 앞서 추·윤 갈등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치 영역에서 공방할 사안을 사법기관에 넘겨 의혹을 키우는 정치사법화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도 같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현 갈등 구도가 각 진영의 정치 논리에 따라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이유다. 정치가 법과 원칙에 따라 이뤄져야 할 감찰이나 재판까지 침범하면서 진실 규명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또한 정치적 도구로 잘못 쓰이면서 사회 분열만 확대되는 악순환을 거듭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정치사법화는 검찰이 정치 독립·중립성을 확보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각종 사건 수사 과정과 결과에 대한 여야의 ‘편 가르기식’ 행태가 검찰에 이른바 ‘피아식별’만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야는 줄곧 검찰 개혁의 핵심으로 정치 독립·중립성을 꼽아왔다. 하지만 아니러니하게도 핵심 열쇠 가운데 하나는 정치권이 쥐고 있다. 과거 검찰의 잘못된 부분을 고치겠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이는 정치권이 편 가르기나 정치 사법화를 멈출 때 실현될 수 있다. 내년 대선까지가 시험대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주장하는 여야 정치권의 외침이 진심이기를 바란다.


안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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