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백신접종 대책 없이 아덴만 파견...확진자 100명 넘을 수도

[청해부대 집단감염]

14일 후송된 간부 확진 판정 이후

80여명 격리했지만 무더기 양성

UAE·남수단·레바논 파병부대는

유엔 등 국제기구 도움 받아 접종

해외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톤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명 발생해 군 당국이 비상조치에 착수했다. 사진은 문무대왕함./연합뉴스해외에 파병된 해군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4,400톤급)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6명 발생해 군 당국이 비상조치에 착수했다. 사진은 문무대왕함./연합뉴스




올해 초 아프리카 아덴만 해역으로 파견된 우리 군의 청해부대 34진이 초유의 코로나19 대량 감염 상황에 빠진 것은 해외파병 부대의 방역 사각지대를 여실히 보여준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와 군은 34진 부대원 전원 조기 귀국 결정 등을 내리며 긴급 대응에 나선 가운데 청해부대의 집단 감염이 사실상 예견된 것이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8일 군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번 청해부대의 집단감염 사태는 백신 미접종 상태에서 34진을 파견하는 순간부터 예견된 것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아프리카 아덴만 해역 일대로 출발한 34진은 지난 3월 전임 무대인 33진을 대체해 임무에 들어갔다. 정상대로라면 오는 8월 중 임무를 완료하고 귀국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대의 간부 1명이 이달 14일 폐렴 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후송됐으며 이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해당 간부는 6월 말 현지의 한 항구에서 보급 물자를 적재하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에 해당 작업 중 외부인과 접촉하면서 감염됐을 수도 있다. 군은 해당 간부와 접종한 부대원 중 증상을 보인 6명에 대한 진단 검사를 실시한 결과 전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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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해당 부대는 부대원 가운데 유증상자 80여 명을 분류해 별도로 동일 집단 격리(코호트 격리) 조치를 하는 등 감염 확산 방지에 나섰다. 그럼에도 확진자는 급격히 늘어 18일 오전 8시 현재 68명까지 늘었다. 이는 300여 명 가운데 101명에 대한 진단 결과이고 나머지 200여 명에 대한 진단 결과가 추가로 나오면 확진자가 한층 더 증가해 100명을 넘을 수도 있다.

당초 청해부대가 파병될 당시 군의 접종 환경은 여의치 않았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 확보에 어려움을 겪다가 가까스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물량부터 확보해 국민들에게 접종을 개시한 것이 2월 26일부터였다. 청해부대 34진은 그 이전인 2월 8일 출항했다. 출항 전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 군은 3월 국군양주병원을 시작으로 16개 군 병원에서 백신 접종을 시작한 데 이어 4월 28일부터 30세 이상 장병 가운데 지휘통제실과 비무장지대 감시초소(GP), 일반전초(GOP) 등 전방 및 격오지 부대와 항공기·함정 등 필수 부대부터 접종을 시작했다. 백신을 맞지 못하고 떠난 청해부대에도 백신을 보급하는 대책을 세웠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군은 전투함이나 수송기에는 화이자 백신을 보관하기 위한 초저온 냉장고가 비치돼 있지 않아 화이자 백신을 34진 파병지로 실어 나를 수 없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코로나19 백신 가운데 AZ가 제조한 백신은 상온에서도 보관할 수 있지만 당시만 해도 30세 미만 연령층에 대해서는 접종이 금지돼 34진에 적용하기 어려웠다는 게 군의 해명이다.

대안으로 유엔 등 국제기구 등을 통해 접종을 도움 받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아랍에미리트(UAE)로 파병된 우리 군의 아크부대 18진이나 남수단으로 파견된 한빛부대 13진, 레바논에서 활동한 동명부대 25진의 경우 유엔이나 UAE 정부의 도움을 받아 현지에서 백신 접종을 마칠 수 있었다. 군의 또 다른 관계자는 “주로 육상 기지에서 근무해 필요시 즉시 현지 방역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아크부대 등과 달리 청해부대는 임무 기간 대부분을 바다 위에서 보내야 해 해외 보건 인프라를 수시로 이용하기 힘든 측면이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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