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로터리]주류산업으로 본 실생활의 규제개혁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역대 어떤 정부든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우리 피부에 와 닿는 개혁이 무엇이 있었나 하면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다. 나는 최근 몇 년간 우수한 규제 개혁의 사례로 주류 산업 분야를 꼽고 싶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수입 맥주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4캔 만 원’이라는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맛의 수입 맥주를 경험할 수 있었고 자연스레 소비자의 선택은 수입 맥주로 향했다.



그런데 최근 맥주 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수입 맥주가 주춤한 사이 국산 수제 맥주 시장이 3년 만에 2.7배 성장하며 수입 맥주 시장을 대체하고 있다. 요즘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는 맥주는 대기업 제품이 아니라 ‘곰표밀맥주’이며, 국내 수제 맥주 1위 회사인 ‘제주맥주’는 지난 6년간 연평균 148%씩 성장하며 코스닥 상장에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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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시장이 변화한 데는 이들 기업의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부의 노력이 존재했다. 우선 필자가 제안한 주세법 개정을 통해 주세(酒稅)를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꿨다. ‘종가세’는 가격에 비례해 세금을 책정하기 때문에 좋고 비싼 재료를 쓸수록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구조였다. 반면 ‘종량세’는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므로 좋은 재료를 쓴다고 해도 세금 인상의 부담이 없어 투자를 촉진하는 요소가 됐다.

이에 품질 좋은 수제 맥주들이 시장에 다양하게 출고되며 인기를 끌었고, 오히려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됐다. 그러자 정부는 그동안 금지했던 주류 제조의 위탁 생산을 허용해 중소 업체들이 대기업의 생산 시설을 활용하도록 했다. 대규모 설비 투자가 어려운 중소 업체와 코로나19로 설비 가동률이 떨어진 대기업이 서로 ‘윈윈’ 하는 모델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편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홈술(집에서 술을 즐기는 것)’과 ‘혼술(혼자 술을 즐기는 것)’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집에서 음식과 함께 주류를 시켜 먹는 것도 음식 값보다 낮은 범위에서는 가능해졌다. 또 최근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주류 무인판매기 설치가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으로 무인 매장이 늘어가는 현실에서 점주와 소비자 모두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향후 시장 반응을 살펴본 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렇듯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주류 산업은 필연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혁신하려고 하고 변화된 소비자의 트렌드에 맞춰 적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과거의 틀에 매여 있었다면 민간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주류 산업의 경우에서 보듯 관(官)이 과거에서 벗어나 사고의 전환을 하는 것만으로도 관련 산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처럼 실생활의 규제 개혁을 통해 나랏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부가가치와 일자리를 창출하며 소비자에게 편익을 주는 사례를 앞으로도 만들어가기를 기대한다.


구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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