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취업준비생이 86만 명으로 역대 최고 규모를 기록했다. 대기업의 신입 공채가 자취를 감추자 취준생 10명 중 3명은 공무원 시험으로 눈을 돌렸다. 대학 졸업 이후 평균 10개월을 ‘백수’로 보내야 했고 어렵사리 취업을 해도 4명 중 3명은 월급 200만 원도 받지 못했다.
20일 통계청이 발표한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최종 학교 졸업자(중퇴자 포함) 470만 6,000명 중 미취업자는 154만 8,000명으로 집계됐다. 졸업·중퇴자 10명 중 3명(32.9%)은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취업 준비를 하고 있거나 집에서 쉬고 있다는 의미다. 3년 이상 장기 미취업 상태인 청년은 27만 8,000명으로 전체 미취업자 중 18%를 차지했다. 1년 전보다 1.2%포인트 상승했다.
청년층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 시험 준비자(지난 1주간 기준)는 85만 9,000명(19.1%)으로 1년 전보다 5만 5,000명 늘어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그 중 일반직 공무원을 준비하는 ‘공시생’은 27만 9,000명으로 가장 큰 비중(32.4%)을 차지했다. 전년 동월 대비 4.1%포인트나 늘어난 점이 눈에 띈다. 고시 및 전문직을 준비하는 이들은 지난해 6만 5,000명에서 9만 명으로 증가했다.
반면 취준생 중 일반 기업체를 준비하는 이들은 19만 9,000명에서 19만 1,000명으로, 언론사·공영기업체를 준비하는 이들은 11만 2,000명에서 10만 3,000명으로, 교원 임용을 준비하는 이들은 3만 5,000명에서 3만 4,000명으로 줄었다.
대기업 정기 공채가 수시 채용으로 전환되면서 청년들이 ‘공시’에 대거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SK·LG·롯데 등 삼성을 제외한 주요 대기업은 모두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수시 채용 체제로 전환한 상태다. 구인·구직 플랫폼 사람인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 79.2%는 수시 채용 확대에 따라 취업 부담이 늘었다고 답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취준생과 공시생이 늘어난 것은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경제 구조와 교육 문제를 대대적으로 손보지 않으면 이런 현상이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대학 졸업(중퇴) 후 첫 취업에 소요되는 기간은 평균 10.1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0.1개월 증가했다. 청년들이 졸업 이후 평균적으로 열 달은 백수로 지낸다는 의미다. 청년의 47.4%는 졸업 후 3개월 이내에 첫 직장을 구했지만 절반 이상은 3개월 이상 걸렸다. 첫 취업까지 1~2년이 걸린 청년은 11.7%, 2~3년이 걸린 청년은 6.7%, 3년 이상 걸린 청년은 8.2%였다.
직장을 구해도 처우는 열악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첫 일자리 취업 당시 임금을 200만 원도 받지 못하는 비율은 73.3%에 달했다. 첫 직장에서 150만~200만 원을 받은 청년은 37.0%, 100만~150만 원을 받은 청년은 20%, 50만~100만 원을 받은 청년은 11.8%였다. 첫 직장에서 200만~300만 원을 받은 청년은 23.2%였고 300만 원 이상을 받은 청년은 3.5%에 불과했다. 첫 직장 평균 근속 기간은 1년 6.2개월이었고 첫 직장을 그만둔 사유로는 보수나 근로 시간 등 근로 여건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가 46.2%로 가장 많았다.
취업이 어렵다보니 대학 졸업 자체를 미루는 현상도 강해지고 있다. 대졸자(3년제 이하 포함)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4년 3.4개월(남자 5년 0.5개월, 여자 3년 8.7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0.4개월 증가했다. 4년제 대졸자의 평균 졸업 소요 기간은 5년 1.6개월로 전년 동월 대비 0.1개월 증가했다. 대졸자의 휴학 경험 비율도 48.1%로 1.1%포인트 상승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고용 시장 회복에 따라 취업자와 구직 활동이 늘어 비경제활동인구가 25만 명 감소하는 등 일부 지표 개선이 긍정적”이라면서도 “실제 현장에서 우리 청년들이 체감하는 고용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는 점이 늘 마음 아프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