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당신의 똑똑한 소비?…뇌가 조종당한 겁니다

■뇌과학 마케팅-매트 존슨·프린스 구먼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코카콜라 vs 펩시 블라인드 맛평가

펩시가 이겼지만 공개선 코크가 승

'코크 = 행복' 마케팅, 뇌 착각 불러

기업들 빅데이터 활용 측두엽 자극

소비심리 사각지대 교묘히 파고들어








코카콜라는 탄산이 들어간 설탕물에 불과하다. 다른 콜라 종류 역시 마찬가지다. 하지만 꽤 많은 사람들은 다른 콜라를 마실 때 보다 ‘코카콜라’를 마실 때 더 행복감을 느낀다. 단순한 감정적 평가가 아니다. 이미 여러 차례 진행된 심리 테스트에서 이 같은 결과가 입증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경쟁 브랜드 펩시가 1990년 대에 진행했던 블라인드 테스트다. 소비자들에게 펩시와 코카콜라 브랜드를 가리고 어느 콜라가 더 맛있는지 물었을 때는 53 대 47로 펩시가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브랜드를 공개한 상태에서 실시한 같은 실험에서는 20대 80으로 코카콜라를 선호한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펩시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는 결과였다. 왜 그럴까. 이유는 뇌과학자들이 밝혀냈다. 코카콜라가 이미 소비자들의 측두엽에 깊숙이 침투해 있었기 때문이다.

신간 ‘뇌과학 마케팅(원제 : Blindsight)’는 신경과학자 매트 존슨과 신경마케팅 전문가 프린스 구먼이 ‘소비 심리의 이면’을 함께 들여다 본 책이다. 이들은 외부의 객관적 현실과 소비자 인식 사이의 공백을 밝혀 ‘새로운 마케팅 기회’ 사례를 다양하게 언급한다.



책에 따르면 펩시가 진행한 테스트에서 코카콜라를 마신다는 말을 들은 집단은 측두엽이 더 활성화됐다. 맛을 보기도 전에 일어난 반응이다. 측두엽은 언어 이해, 기억, 감정 제어 등의 역할을 한다. 코카콜라가 오랜 시간 동안 ‘코카콜라=행복’이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광고를 통해 내보낸 결과 사람들의 뇌에 그 같은 인식이 각인됐고, 이들은 어느새 ‘코카콜라’라는 단어를 접하는 순간 행복하다는 착각을 하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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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사람들의 미각은 우리 뇌가 가장 쉽게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감각이다. 내로라 하는 미식가나 소믈리에들이 종종 테스트에서 실패하는 것도 뇌의 작용 때문이다. 오죽하면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메뉴를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피크엔드 효과도 마케팅에 자주 활용된다. 가장 절정이었던 순간의 감정과 가장 마지막 순간 감정의 평균이 전체에 대한 감정으로 기억된다는 뜻이다. 소비자가 어떤 매장에서 나가기 전에 직원으로부터 친절한 인사를 받았다면 그 소비자의 기억에는 매장 방문 경험이 더 좋게 기억될 수 있다. 마무리만 잘해도 소비자로부터 점수를 더 딸 수 있다는 뜻이다.

‘인지 부조화’도 종종 마케팅의 일부가 된다.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부조화를 만들어내 소비를 유도한다는 이야기다. 예를 들어 닛산의 SUV 엑스테라는 ‘멋진 사람들은 이처럼 멋진 일을 하기 위해 닛산 자동차를 산다’고 광고했다.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하고 있던 사람들은 닛산 광고를 본 이후 혼란에 빠진다. 그리고는 ‘나는 멋진 사람이니까 엑스테라를 사야 한다’ 라는 결론을 내리거나 ‘엑스테라를 살 수 없으니 나는 멋진 사람이 아니었다’고 생각을 바꾸게 된다. .



유통업체들은 ‘그루엔 효과’를 이용한다. 쇼핑 공간에서 길을 잃은 것처럼 느껴지도록 쇼핑몰을 설계했던 건축가 그루엔의 이름을 딴 용어다. 예를 들어 신발 가게들을 한 코너에 몰아두는 대신 불규칙하게 여러 곳에 배치하면 소비자들은 신발 매장을 찾아 쇼핑몰을 여기저기 헤매다가 감각 과부하에 걸려 어느새 충동 구매를 하게 된다.

최근에는 디지털 빅데이터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들의 소비 욕망이 뇌과학에 기반을 둔 마케팅에 더 쉽게 흔들린다. 페이스북, 구글 등을 사용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그들에게 넘겨준 정보가 마케팅의 기초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제 더욱 정교하게 소비자들의 심리 사각지대를 파고들게 됐다.

기업 관리자라면 책 내용을 새로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동시에 소비자에게도 도움이 된다. 심리를 파고드는 마케팅의 이면을 제대로 안다면 소비자로서 자신의 이익을 지킬 수 있고, 판매자들이 경각심을 갖고 물건을 만들어 판매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다. 2만1,800원.


정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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