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저주받은 올림픽"...'망언 제조' 日부총리 과거발언 현실되나

아소 다로 "40년 주기 올림픽 저주론"

2차 대전에 1940년 도쿄올림픽 취소

1980년엔 모스크바올림픽 '반쪽 대회'

40년 후 코로나 덮쳐 올림픽 또 '저주'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교도연합뉴스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교도연합뉴스





도쿄올림픽 개막을 코앞에 두고 일본의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의 과거 발언이 주목받고 있다. 거친 말을 잘해 '망언 제조기'라는 별명이 붙은 아소 부총리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확산 우려 속에서 2020도쿄올림픽·패럴림픽의 연기·취소론이 부상하자 '저주받은 올림픽'이라고 정의했었다.

올림픽 역사를 보면 일본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1940년의 삿포로 동계올림픽과 그해 여름의 도쿄올림픽이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취소됐다. 이어 40년 만인 1980년 모스크바올림픽은 옛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으로 서방 국가들이 보이콧해 반쪽 대회로 전락했다. 그로부터 다시 40년 만인 도쿄 대회가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연기·취소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을 두고 아소 부총리는 '40년 주기 올림픽 저주론'이라고 표현했는데 이 같은 발언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도가 지난 2013년 9월 유치에 성공한 이후 7년 넘게 대회를 준비해왔지만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는 위기를 맞았다. 코로나19로 '1년 연기'라는 올림픽 사상 초유의 기록을 쓴 뒤 마침내 막을 올리게 된 2020년 도쿄 대회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전인미답의 길을 계속 가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3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1년 연기에 합의하면서 인류가 코로나19를 이겨낸 증거로 온전한 형태의 올림픽을 개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이 역시 허사가 됐다. 코로나19가 진정되기는커녕 전염성이 한층 강한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사실상 무관중으로 경기를 치르게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선수 등 대회 관계자의 감염이 급속히 퍼지고 있어 올림픽이 예정된 폐회 기간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를 놓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무토 도시로 대회 조직위 사무총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며 확진자가 급증하는 등의 상황이 닥치면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론적인 답변일 수 있지만 최악의 경우 중도 취소 가능성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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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방일이 주한 일본공사의 망언 등 문제 속에서 무산된 가운데 개막을 축하해줄 각국 최고위급 사절들의 규모도 턱없이 빈약하다. 21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개회식을 사흘 앞둔 전날 기준으로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참석할 정상급 인사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포함 20명 미만으로 잡고 있다. 이는 직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아베 신조(왼쪽) 전 일본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총리 /교도연합뉴스아베 신조(왼쪽) 전 일본 총리와 스가 요시히데 총리 /교도연합뉴스


세계적인 관심이 다소 떨어지는 만큼 이번 올림픽을 통해 ‘부흥’을 알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구상도 흔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베 전 총리는 도쿄올림픽 유치 당시 2011년 동일본대지진으로부터의 '부흥'을 세계에 알린다는 점을 내세웠다. 2013년 9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유치 연설에 나섰던 그는 동일본대지진 때 폭발사고가 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문제에 대해 "상황은 통제되고 있다"고 국제사회에 공언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문제를 폐로 과정의 최대 난제로 떠안고 있다.

유치 과정에서 IOC 위원들을 상대로 한 금품 로비 의혹도 불거졌다. 도쿄는 당시 '부흥 올림픽'을 테마로 내세워 스페인 마드리드, 터키 이스탄불과 경쟁한 끝에 2020년 대회를 가져왔는데, 컨설팅 계약을 위장해 일부 IOC 위원 측에 금품을 뿌린 혐의가 드러난 것이다. 프랑스 사법당국이 수사 중인 이 의혹으로 다케다 스네카즈(竹田恒和) 일본 올림픽위원회(JOC) 회장이 2019년 3월 IOC 위원직을 사임한 뒤 그해 6월에는 JOC 회장 연임도 포기하고 사퇴했다.

아울러 도쿄올림픽은 준비 과정에서도 불상사가 여러 차례 터졌다. 가장 대표적인 스캔들은 모리 요시로 대회 조직위원회 회장의 여성 멸시 발언 파문이다. 올 2월 JOC 임시 평의원회에서 그는 여성 이사 증원 문제를 언급하면서 "여성이 많은 이사회는 (회의 진행에) 시간이 걸린다"고 발언했다. 이는 일본 사회에서 여성 멸시 논란을 촉발했다. 그러나 성평등을 강조하는 올림픽 이념에도 어긋나는 '망언'이라는 비판론이 국내외에서 거세지자 모리 회장은 사실상 쫓겨나듯 조직위를 떠났다.

모리 회장이 사임한 지 한 달여만인 올 3월에는 개·폐회식 총괄책임자인 사사키 히로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여성 연예인의 외모를 모욕한 사실이 드러나 대회 조직위는 다시 소용돌이에 빠졌다. 개회식 연출안으로 진행자, 배우, 가수로 활약하는 개그우먼 와타나베 나오미(33)의 뚱뚱한 몸매에 착안해 그를 돼지로 분장시켜 연기토록 추진한 것이 한 주간지의 보도로 알려진 것이다. 엄청난 비판 여론 속에 사사키 디렉터가 사임하면서 도쿄올림픽 이미지에는 다시 흠집이 났다. 그의 사임 후에 후임자가 임명되지 않아 도쿄올림픽·패럴림픽 개폐회식은 연출 총책임자가 없는 상태로 열리게 됐다.


김기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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