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기자의 눈] 네이버는 영리했다

백주원 생활산업부 기자






“네이버는 진짜 영리해요.” 지난 수년간 네이버가 e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을 성장시키는 과정을 지켜본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입을 모은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물류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불과 1년 사이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 손잡고 풀필먼트 물류 센터를 구축해 빠른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 2분기 커머스 매출은 43% 성장했고, 스마트스토어 수는 46만 개를 돌파했다. 분기 거래액도 40%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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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불거졌던 독과점 논란도 사라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자사가 운영하는 스마트스토어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검색 결과를 조작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과징금을 받았다. 사실과 다르다며 결과에 불복하고 행정소송 중이긴 하나 네이버는 그후 더욱 철저히 ‘플랫폼’이라는 본연에 충실했다.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했고, 이제는 물류 업체와 판매자를 연결해 배송 경쟁력을 높였다. 쿠팡 같은 직매입 구조는 물류의 효율이 높아지고 대규모 물량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네이버는 직접 배송에 뛰어들어 물류 업체들과 경쟁하기보다는 협력을 택했다. 또 다른 논란을 만들기에는 부담이 컸던 탓이다.

‘판매자들에게 갑질한다’는 평을 받는 경쟁사 쿠팡의 약점도 정확히 파고들었다. 쿠팡은 업계에서 판매 대금 정산 기한이 타 플랫폼 대비 늦어 자금 순환이 원활하지 않은 중소 판매자들의 진입 장벽이 높다. 반면 네이버는 4일 만에 정산해주는 ‘빠른 정산’ 시스템을 운영하며 판매자들에게 “‘멀티호밍’ 하려면 스마트스토어는 기본”이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판매자들과 상생한다는 이미지를 얻은 것이다.

하지만 독과점 논란은 언제든 다시 살아날 여지가 있다. 네이버는 판매자들과 소비자가 만나는 무대, 즉 플랫폼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의 문제만이 아니다. 네이버는 금융·대출·콘텐츠 등 모든 것을 네이버 안에서 해결하게 한다. 사업이 커지면 커질수록 경쟁 업체들의 견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독과점 논란은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네이버가 언제까지 지금의 영리함을 계속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백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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