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이 '중국판 하와이'로 불리는 중국 하이난성 면세시장에 진출한다. 현지 면세점과 손잡고 합작 법인을 세워 상품 공급부터 시장 개발까지 나선다. 중국 하이난 지역은 현지 정부의 지원책에 힘입어 지난해 글로벌 면세시장 침체 속에서도 나홀로 10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반면 국내 면세업계는 코로나19 이후 위기가 장기화되면서 세계 1위 시장 타이틀까지 뺏길 지경에 처하자 사업 다각화로 돌파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하이난성 하이요우면세점(HTDF)과 양국 면세점 운영 활성화를 위한 전략적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22일 밝혔다. 하이요우면세점은 지난해 하이난관광투자발전공사의 자회사로 설립된 시내면세점으로 9만 5,000㎡ 규모의 면세점에서 약 45개 카테고리, 500여 개 브랜드의 상품을 취급하고 있다.
이번 MOU를 통해 신라면세점과 하이요우면세점은 추후 합작사를 설립해 상품 소싱, 시장 개발, 인적자원 교류, 상품 공동개발 등 운영 전반에 대해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기존처럼 단순히 해외 매장을 오픈하는 것을 넘어 해외 면세점에 상품을 공급하고, 합작사 설립으로 중국 규제 안에서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해외시장 공략의 리스크는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
신라면세점이 중국 하이난성에 진출하게 된 것은 코로나19로 글로벌 면세시장이 침체된 가운데 중국 하이난만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난 지역은 중국 정부가 지난해 7월부터 면세 쇼핑 한도를 3만 위안에서 10만 위안으로 대폭 늘리고, 자국민을 끌어들이기 위해 하이난성에 다녀온 후에도 6개월 간 온라인 면세점에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그 결과 지난해 하이난성 면세점 매출은 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127%나 급증했다. 덕분에 하이난성 면세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 국영면세품그룹(CDGF)은 지난해 세계 면세업체 매출 1위에 올랐다. 기존 4위에서 롯데와 신라를 제치고 순위가 크게 뛴 것이다. 하이난성은 올해 면세점 매출이 93억 달러, 오는 2025년에는 405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면에 세계 1위 시장이었던 한국은 지난해 매출이 38%나 급감하면서 급격하게 쪼그라들었다. 특히 올해도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광산업의 재개가 요원한 가운데 정부 규제 완화도 나아질 기미가 없어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면세한도는 연간 600달러로 중국, 일본, 미국, 태국 등 다른 국가들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이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2014년 400달러에서 600달러로 오른 후 7년째 그대로"라며 "중국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가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어 조만간 세계 1위 타이틀도 뺏길 판"라고 말했다.
이에 면세업계는 정부의 지원책을 호소하는 한편 신라면세점의 하이난 진출처럼 다양한 방식의 수익 다각화를 모색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달 롯데면세점 해외점의 물류 인프라 및 상품 소싱 역량을 발판삼아 업계 최초로 해외 직구(직접 구매) 사업에 뛰어들며 ‘트래블 리테일러’로 변신을 선언했다. 이달부터 오프라인 내수통관 면세품 매장을 사전예약제가 아닌 상시판매로 전환하기도 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면세업의 본질을 살리면서 포스트코로나 시대에 맞는 수익 다각화를 위해 신라를 시작으로 국내 면세업체들이 중국 하이난을 비롯해 홍콩, 대만 등 면세사업자와 협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