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30평이 판교 20억·의정부도 10억…'정책 불신에 더 오른다'

<고점 경고 비웃는 집값>

풍선효과 노도강 급등…상계13단지 연초대비 35%

경기도권 이어 지방 중소도시도 수요 몰려 신고가

전세가격도 전국 176개 시·군·구 중 164곳 올라

경기도 안양시 아파트 전경./연합뉴스경기도 안양시 아파트 전경./연합뉴스





# 외곽 지역인 경기도 의정부에서 최근 30평형(전용 84㎡) 아파트의 ‘10억 원 클럽’ 가입 사례가 나왔다. 의정부동 ‘의정부역 센트럴자이앤위브캐슬’ 전용 84㎡의 입주권이 지난 10일 10억 원에 손바뀜된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판교에서는 과천에 이어 전용 84㎡가 20억 원을 돌파했다. 전세가도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다.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30평형의 전세가 10억 4,500만 원에 거래되며 전고가(9억 원)를 넘어섰다. 30평형 전세가 기준으로 서울 강남은 20억 원, 강북은 10억 원이 ‘기본’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22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정부의 기대와 달리 수도권뿐 아니라 지방 등 전 지역에서 매매가는 물론 전세가도 동반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이 오르지 않은 곳을 찾는 것이 더 쉬울 정도다. 집값이 꾸준히 우상향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한 전문가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라며 “아파트 가격에 천장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격대·지역 가릴 것 없이 올랐다=부동산원의 통계를 보면 이번 주 전국 176개 시군구 중 172곳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올랐다. 수도권은 물론이고 5대 광역시(0.20%), 지방(0.19%) 등 대부분의 지역이 전주 대비 상승 폭을 넓혔다. 중저가뿐 아니라 고가, 그리고 지역을 가리지 않고 상승한 것이다.



서울은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으로 대표되는 중저가 지역과 강남권 외곽 단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노원구는 이번 주 0.35%라는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였다. 2년 10개월 전인 2018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노원구 상계주공13단지(고층)의 경우 전용 45.9㎡가 이달 1일 신고가인 5억 4,500만 원에 거래됐다. 연초(4억 300만 원)에 비해 무려 35.2% 뛴 가격이다.

관련기사



경기도권에서도 신고가가 속출하고 있다. 우선 중저가 단지가 몰려 있는 안성(0.89%), 안양 동안구(0.87%), 군포(0.76%) 등에서 높은 상승률이 관측됐다. 싼 곳을 찾아 계속 수요가 이동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고가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백현마을2단지’ 전용 84㎡는 이달 5일 직전 최고가(19억 3,000만 원)보다 1억 2,000만 원 뛴 20억 5,000만 원에 매매됐다. 수원시 영통구 원천동의 ‘광교중흥에스클래스’ 전용 133A㎡는 12일 19억 6,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지방 광역시는 물론 중소 도시에서도 신고가가 연이어 나오는 상황이다.

전세 시장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주 서울·수도권·지방 등 전국의 전세가 상승 폭은 지난주를 뛰어넘었다. 전국 176개 시군구 중 무려 164곳의 전세가가 올랐다. 정부가 최근 재건축 2년 실거주 의무 규제를 백지화하자 일부 단지에서 전세 매물이 늘어나고 전세가가 소폭 떨어지는 현상이 관측됐지만 이미 심화할 대로 심화한 전세난을 완화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연합뉴스서울 양천구의 한 공인중개사에 붙은 매매 및 전세가격표 모습./연합뉴스


◇추락한 부동산 정책 신뢰, 시장선 “정부 안 믿는다”=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매매 및 전세가가 너무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장 불안이 지속되는 것은 ‘정책 실패’ 탓이라는 설명이다. 잇따른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후유증이 누적되면서 수요자들이 더 이상 부동산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자신했던 2·4 공급 대책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고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역시 ‘고분양가 논란’이 일며 시장 불안에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연일 내놓는 ‘공포 마케팅’과 ‘자화자찬’은 시장의 불신을 더욱 키우고 있다. 한 전문가는 “시장에서는 정부가 정책 실패를 하고도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결국 수요자들은 우상향에 베팅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공급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오르고 있다 보니 정부에서 ‘집값이 너무 올랐다’는 언급을 계속하며 시장을 안정화시키려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하지만 지난 4년간 정책 실패가 이어진 만큼 시장에서는 정부의 경고가 먹히지 않을 것”이라며 “결국 공급이다. 공급을 늘리지 않는 이상 시장 안정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양도세 중과 규제를 완화해야 매물이 나오고, 매물이 나와야 가격 상승이 둔화된다”며 규제 완화로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적극 내놓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양지윤 기자·노희영 기자·진동영 기자·이덕연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