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댓글 조작’ 사흘째 침묵 文, 대선 중립 관리 의지 보여라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드루킹 댓글 여론 조작 공모’ 사건에 연루돼 징역 2년의 확정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가 사흘째 침묵했다. 대법원 선고 당일인 22일 청와대가 “입장이 없다”고 밝힌 게 전부다. 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김 전 지사는 2017년 대선 당시 문 대통령의 일정을 챙기고 대변인 역할을 한 최측근이다. 야권 등에서 ‘문 대통령이 과연 댓글 조작 사실을 몰랐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그러나 청와대는 입을 닫고 여당은 외려 김 전 지사를 옹호하고 야권에 역공을 가하면서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23일 “(정권의) 정당성을 잃었다느니 하면서 대선 불복 발언을 쏟아내는 야당에 엄중히 경고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지사 유죄 판결은 앞으로 선거 부정을 뿌리 뽑고 공정 선거를 치르라는 사법부의 경종이다. 하지만 최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정부가 내년 3월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할 의지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한다.



문 대통령은 23일 정연주 전 KBS 사장 등 7명을 제5기 방송통신심의위 위원으로 위촉했다. 방심위는 9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야당 몫 위원 2명은 위촉에서 빠졌다. 방심위원장으로 사실상 내정된 정 전 사장은 노무현 정부 시절 KBS 사장을 지내면서 정치 편향성 논란에 휩싸였다. 이런 인사를 중립성을 지켜야 할 방심위의 위원에 위촉했으니 선거 과정에서 방송 보도를 여권에 유리한 쪽으로 이끌려는 의도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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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관위에서도 문재인 후보 대선 캠프 출신의 조해주 상임위원이 임기를 반년 남기고 돌연 사표를 제출해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야권은 “청와대가 임기 3년이 보장되는 새 상임위원을 확실한 친여(親與) 인사로 임명해 ‘알박기’를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선관위·방심위 등 선거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관 장악 시도를 당장 멈춰야 한다. 지금 해야 할 일은 자신의 핵심 측근이었던 김 전 지사의 불법 행위에 대해 사과하고 대선을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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