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연합뉴스남북이 지난해 6월 북한 측의 일방적 차단으로 끊어진 통신연락선을 13개월만에 전격 복원했다. 27일은 정전협정 68주년과 ‘유엔군 참전의 날’이라는 점에서 남북이 모종의 의미 부여를 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문 대통령이 참전용사들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1시간 뒤에 바로 통신연락선 복원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역시 이날 북한 쪽 참전용사 묘지를 참배했다. 남과 북은 특히 통신연락선 복원 사실을 이날 오전 11시에 사실상 동시 발표해 사전 물밑 조율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남과 북은 7월27일 오전 10시를 기해 그간 단절되었던 남북 간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했다”며 “남북 양 정상은 지난 4월부터 여러 차례 친서를 교환하면서 남북 간 관계 회복 문제로 소통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단절되었던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남북 간에 하루속히 상호 신뢰를 회복하고 관계를 다시 진전시켜 나가자는 데 대해서도 뜻을 같이 했다”며 “이번 남북 간 통신연락선의 복원은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역시 이례적으로 청와대 발표와 동시에 이 사실을 공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같은 시각 “수뇌분들의 합의에 따라 북남 쌍방은 7월 27일 10시부터 모든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재가동하는 조치를 취하였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북남 수뇌들께서는 최근 여러 차례에 걸쳐 주고받으신 친서를 통하여 단절돼 있는 북남 통신연락 통로들을 복원함으로써 호상 신뢰를 회복하고 화해를 도모하는 큰 걸음을 내짚을 데 대하여 합의하셨다”며 “온 겨레는 좌절과 침체상태에 있는 북남 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통신연락선들의 복원은 북남관계의 개선과 발전에 긍정적인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이날은 ‘유엔군 참전의 날’이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직접 참전용사에 훈장을 수여했는데 통신연락선 복원 발표를 염두에 둔 행보가 아니었느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미국 참전용사인 고(故) 에밀 조세프 카폰 군종 신부와 호주 참전용사인 콜린 니콜라스 칸 장군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역대 대통령 최초”임을 강조하며 훈장을 수여한 게 영광스럽다고 밝혔다.
김정은도 이날 자정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6·25 전쟁 전사자 묘역인 ‘조국해방전쟁 참전열사묘’를 참배했다. 북한은 6·25 전쟁에서 미국과 싸워 승리했다는 의미로 정전협정 체결일을 국가 명절인 ‘전승절’로 제정해 기념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