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5나노 공정’ 삼성 보란 듯…겔싱어 인텔 CEO "4년내 1.8나노 만들 것"

[K미래산업 카나리아 경고등] <1>위기의 삼성 <상> 흔들리는 반도체 제국

  겔싱어 "기술의 인텔" 천명…파운드리 2위 삼성 추격

  유럽에 반도체 생산 기지·글로벌 4위 업체 M&A 추진

  삼성 시장점유율 줄어 드는데 美 공장 확정 못해 위태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가 26일(현지 시간) 온라인으로 열린 인텔 기술 설명회에서 “인텔이 돌아왔다”는 발언을 수차례 반복했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인 겔싱어 CEO는 지난 1월 대표로 선임된 후 줄곧 ‘기술의 인텔’을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첨단 극자외선(EUV) 공정 도입 지연 등으로 자존심을 구겼으나 이제 칩 거인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포부를 명확히 한 것이다. 그가 경쟁사인 삼성전자를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사실상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 2위 삼성전자에 선전포고를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겔싱어 CEO는 3월 이미 ‘IDM 2.0’이라는 정책 아래 공격적인 설비투자 방침을 공개했다. 미국 애리조나에 약 23조 원을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공장 2개를 짓고 고객사 칩을 대신 생산하는 파운드리 사업을 재개한다고 발표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 화답하면서 유럽에도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히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세계 4위 글로벌 파운드리를 인수하려는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어 이날 열린 기술 설명회에서 겔싱어 CEO는 파격적인 기술 로드맵으로 ‘기술의 인텔’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예정됐던 EUV 공정 도입(2023년)은 물론 오는 2024년에는 차세대 트랜지스터에 쓰였던 핀펫 공정을 뛰어넘은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반 ‘리본펫’을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 이후 인텔은 공정 노드에 더 이상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를 붙이지 않기로 했다. 차세대 7나노 이하 공정을 ‘인텔7’ ‘인텔4’ ‘인텔3’ 등으로 부르는 새로운 표준을 제시한 것이다. 나승주 인텔코리아 상무는 “반도체 업체마다 공정이 상이하고 실제 트랜지스터 길이가 명명된 공정과는 달라지는 상황에서 더 이상 나노를 붙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또한 업계에서 통용되던 나노미터 단위를 뛰어넘은 0.1나노, 즉 옹스트롬(A) 단위로 1나노 공정을 설명하며 경쟁사와의 기술 차별화를 분명히 했다. 2나노 격인 20A를 2024년에 구현하고 2025년에는 1.8나노인 18A 공정까지 개발할 예정이다.

더욱 괄목할 만한 점은 인텔이 3월 파운드리 사업 진출을 선언한 후 약 4개월 만에 초대형 고객사를 확보한 것이다. 겔싱어 CEO는 “인텔 파운드리 서비스는 퀄컴과 GAA 공정 관련 협업을, AWS와 패키징 공정 관련 협업을 진행하기로 했다”고 선언했다.

퀄컴은 삼성 파운드리의 고객사이기도 하다. 하지만 퀄컴은 물론 정보기술(IT) 공룡 아마존의 자회사 AWS까지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인텔은 새로운 애리조나 파운드리에서 이들의 칩을 생산할 공산이 상당히 커졌다.

인텔의 이 같은 행보는 2019년 ‘시스템 반도체 2030 1위 비전’ 아래 파운드리 사업을 육성하고 있는 파운드리 2위 삼성전자에 대한 도전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7나노 이하 EUV 공정을 도입한 후 평택 사업장을 중심으로 5나노 공정 기반 파운드리를 운영하고 있다. 내년에는 인텔보다 먼저 3나노 GAA 기반 ‘MBCFET’ 공정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한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경쟁사에 비해 다소 늦은 삼성전자의 현지 신규 투자 결정은 결국 파운드리 시장 경쟁에서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지난 수년간 퀄컴·AMD·엔비디아 등 내로라하는 칩 설계 업체들이 모인 미국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에 신규 파운드리 투자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5월 한미정상회담 당시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의 17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 미국 파운드리 투자 발표 이후에도 미국 각 지역에서 협상 소식만 들릴 뿐 구체적인 확정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게다가 투자에 대한 최종 의사 결정을 내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수감 생활도 투자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투자 결정이 미뤄질수록 파운드리 시장에서의 위기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사업에 전력투구하는 인텔이 미국 정부를 등에 업고 퀄컴과 같은 대형 고객사를 확보한다면 삼성이 현재 확보 중인 20% 안팎의 점유율마저 위협해 2위 자리를 빼앗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 산업은 결국 투자를 빠르게 하는 기업이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다”며 “삼성전자도 첨단 공정에 기반한 선제적 투자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해령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