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성화 최종주자 오사카 나오미, 충격 탈락 후 日 인종차별 피해자 됐다" [도쿄 올림픽]

"일본어 못하는데 왜 성화 점화 주자" 댓글에 찬성 1만개 이상

"우울증으로 기자회견은 안하고 성화 점화는 하느냐" 반응도

조직위, 인종 다양성 강조하려 했으나 사회 내 배타적 정서 여전

마르게타 본드라소바와의 테니스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점수를 내준 뒤 아쉬워하는 오사카 나오미. /AP연합뉴스마르게타 본드라소바와의 테니스 여자 단식 3회전에서 점수를 내준 뒤 아쉬워하는 오사카 나오미. /AP연합뉴스




일본 여자 테니스의 간판스타이자 도쿄올림픽 개회식의 성화 최종주자를 맡았던 오사카 나오미(24)가 여자 단식 3회전에서 탈락하자 일본의 배타적 정서가 분출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오사카가 인종차별의 피해자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본토에서 금메달 획득을 기대했던 일본 국민의 여론이 오사카 선수의 조기 탈락으로 싸늘히 식어버렸다고 지난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는 일본의 한 누리꾼이 “오사카가 일본인이라고 하지만 일본어도 제대로 못한다”며 “그런데도 왜 성화 점화 주자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적었고, 이 글에 찬성 표시만 1만개 이상이 붙었다고 전했다. 해외에서 활동 중인 오사카가 성화 주자로 나설 때만 해도 일본이 인종 다양성 국가라는 평을 받았지만, 세계 랭킹 2위인 그가 여자 단식 16강에서 충격의 패배를 당하자 분위기가 급반전 한 것이다.



일본인 어머니와 아이티 출신 아버지를 둔 혼혈로 일본에서 태어난 오사카는 오랫동안 인종과 문화적 정체성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이번 올림픽에서 오사카가 성화 점화 주자로 선발된 데에는 일본의 문화적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조직위의 노력이 있었다고 NYT는 보도했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일본인’이라는 정의를 좁게 내리고 있으며, 외국에 대한 배타적 정서도 강하다. 특히 일본에서 ‘하프’라고 불리는 혼혈의 경우, 일본에서 태어났더라도 온전한 일본인으로 대접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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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 /AP연합뉴스도쿄올림픽 개회식에서 성화 마지막 주자로 나선 여자 테니스 세계랭킹 2위 오사카 나오미. /AP연합뉴스


일본인 남편과 결혼해 일본에서 컨설팅 사업을 운영하는 호주 출신의 멜라니 브록은 “아들 두 명이 일본 학교에 다니지만, 종종 여느 일본 아이들과 다르다는 시선을 받는다”며 “다른 엄마들이 우리 아이들더러 혼혈이기 때문에 태도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브록은 “일본은 혼혈인이 살기에는 매우 어려운 환경”이라고 털어놨다.

앞서 오사카가 지난 5월 프랑스 오픈에서 패배하고 우울증을 이유로 기자회견에 나서지 않았던 것을 두고도 일본에서는 뒷말이 나온다. 당시에는 우울증이라더니 올림픽 성화 점화자라는 큰 영예는 받아들였다는 것이다. 또, 이에 보답하지 않은 채 이번에 본토에서 열린 올림픽 경기에서 경기에서 패배하는 등 자신이 몸담은 스포츠를 경시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아직도 정신 건강 문제를 드러내 놓는 것이 금기시된다. 실제로 오사카 선수가 우울증을 언급하자 몇몇 누리꾼은 그가 여자 선수라는 점에서 성차별 이유까지 곁들여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사카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시민은 “개인적으로는 오사카 선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면서도 “그러나 일본의 대표 선수로서 나서주고, 열심히 뛰어준 데 대해 감사하다”고 했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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