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주식 투자 열풍에 미성년 투자 인구와 자산 규모가 1년 반 동안 3배 넘게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증여세 부과 기준 범위 내에서 국내외 대형 우량주에 장기 투자하는 성향을 보였는데, 특히 해외 주식 투자 비중은 성인을 훨씬 앞섰다. 이에 주식 투자를 자녀 자산 증식 및 증여 수단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트렌드가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KB증권이 지난 2019년부터 올해 6월까지 위탁 계좌를 보유한 고객의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미성년 고객 수는 2019년 말 3만 9,600명에서 올해 6월 12만 4,500명으로 214.4% 늘어났다. 같은 기간 전체 고객 수는 410만 6,800명에서 571만 700명으로 39.1%, 성인은 405만 5,200명에서 557만 4,300명으로 37.5% 증가했다.
미성년 투자자 대부분이 증여세 부과 기준인 2,000만 원 범위 내에서 투자했다. KB증권 미성년 고객의 92%가 2,000만 원 이내 투자자에 포함됐다. 이에 성인 투자자의 자산 규모(올해 81조 6,000억 원) 증가 폭은 93.1%로 같은 기간 고객 수 증가율(37.5%)을 크게 앞섰다. 한편 미성년 투자자의 전체 자산 규모는 1,900억 원에서 6,100억 원으로 225.3% 확대되며 같은 기간 고객 수 증가 폭과 거의 유사한 비율로 늘어났다.
미성년 투자자들은 간접투자 자산의 비중을 줄이고 국내외 대형 우량주에 대한 직접투자 비율을 높인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만 해도 미성년 투자자들의 직접투자 자산 비중은 68.2% 수준으로 성인(77.5%)과 비교해 펀드 등 간접투자 자산 비율이 컸다. 그러나 올해 들어 미성년의 직접투자 비중은 87.0%까지 상승하며 성인(87.1%)의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특히 미성년 투자자의 경우 성인보다 해외 대형 기업에 대한 주식 투자가 더 활발했다. 올해 6월 기준 미성년 고객들의 투자자산에서 해외 주식 비중은 10.7%로 성인(4.1%)을 2배 이상 웃돌았다. 이들은 애플·테슬라·월트디즈니·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 해외 기업에 주로 투자했다. 이들이 보유한 국내 주식 상위 종목 역시 삼성전자(005930)·카카오(035720)·현대차(005380) 등 대형주들이 차지했다.
이들은 국내외 모두에 장기 투자 성향이 강했다. 미성년 투자자들의 경우 입금액이 출금액보다 1.6배 많았으며 매수 금액 또한 국내 주식과 해외 주식에서 각각 매도 금액 대비 1.3배, 1.5배 정도 높았다. 반면 일반 개인 고객들의 경우 입금액과 출금액,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이 거의 같거나 20% 내외의 차이를 보였다. 매매회전율 또한 미성년 투자자는 44%로 성인(91%)의 절반 수준으로 낮았다. 매매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단타 매매가 많이 일어남을 뜻한다.
이에 지난해부터 뜨거워진 투자 열기에 미성년들에게도 주식 투자가 자산 증식의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9세 이하 미성년 주식 계좌 신규 개설 건수는 총 47만 5,399개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성년자들은 실제 소득이 없더라도 부모 등 보호자의 동의가 있으면 주식 투자를 위한 계좌 개설이 가능하다.
한편 증권 계좌를 주식 증여 수단으로 택하거나 재테크 조기 교육에 나선 부모들이 늘어난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유가증권 및 금융자산 증여 신고액은 12조 8,700억 원으로 역시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KB증권 관계자는 “미성년자의 증권 계좌 개설이 주식시장의 큰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며 “저금리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자녀의 자산 증대를 위한 대안으로 증권 계좌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