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서는 평소처럼 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배드민턴 남자 단식 세계 랭킹 1위 모모타 겐토(일본)가 지난 28일 밤 도쿄 올림픽 1라운드에서 탈락한 뒤 남긴 말이다. 톱 시드의 모모타는 시드 배정도 못 받은 한국의 허광희에게 0 대 2로 덜미를 잡혔다.
개막식에서 오륜기를 들고 입장한 간판스타의 조기 탈락에 일본은 충격에 빠졌다. 하지만 2019년 무려 11개 대회를 우승한 최강자 모모타는 오히려 담담했다. “이 무대에서는 평소처럼 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제가 너무 승리를 원했나 봅니다.”
‘재난’ 속에 치러지는 도쿄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의 무게가 새삼 조명받고 있다. 단체전 도중 정신적 압박감을 호소하며 기권한 미국의 여자 체조 스타 시몬 바일스는 “어깨 위 세상의 무게를 느낀다. (올림픽이) 스스로를 위한 것이기를 바랐는데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는 일이 된 것 같다”고 털어놓았다.
‘여제’ 또는 ‘황제’ 수식어를 안고 승리가 당연하다는 전망 속에 전장에 나선 이들의 중압감은 어느 정도일까. 금메달 23개를 포함해 올림픽 메달만 28개인 ‘수영 전설’ 마이클 펠프스(미국)는 “슈퍼스타에게 올림픽은 더 무거운 짐”이라고 했다. 그는 “그들이 느낄 복잡한 감정에 대해 설명하려면 한 시간은 걸릴 것”이라며 “때로는 괜찮지 않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오르막·내리막과 감정선의 롤러코스터는 당연한 이치”라고 했다.
관중 입장이 제한된 올림픽이라고 해도 전 세계에서 TV로 지켜보는 사람만 수십억 명이다. 4년을 준비한 경기가 1년 미뤄진 허탈감도 무시할 수 없다. 이변의 올림픽은 그동안 우리가 못 보고 지나간 올림픽의 이면을 드러내며 어느덧 중반으로 치닫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