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를 보좌하는 직책을 일컫는 참모(參謀·staff)는 원래 군사 용어다. 군대의 지휘관을 도와 전략을 수립하는 일을 맡는다는 뜻의 스태프에서 나왔다. 군의 최고 지휘권자를 군사령관이 아닌 참모총장으로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참모의 최대 덕목은 나서지 않는 것이다. 리더가 부여한 권력에 취해 참모가 스스로를 드러내는 순간 사달이 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참모는 리더의 뒤에서 묵묵히 보좌하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다. 주인공이 되기를 거부하고 리더에게 직언과 고언을 아끼지 않았던 참모는 명재상으로 불리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불행하게도 우리 현대사에서 참모의 결말은 아름답지 못했다. 이승만 정권 시절에는 3·15 부정선거로 당선된 이기붕 전 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결국 이승만 전 대통령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전두환 정부에서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 장세동 씨는 한때 참모의 표상으로 불렸지만 재직 시절 각종 좌경용공 공작을 주도했고 훗날 본인이 대통령에 도전하는 오점을 남겼다.
노태우 정부에서는 ‘6공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청와대 정책보좌관이 슬롯머신 뇌물 수수 사건으로 구속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아 초라한 말년을 보내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현직 참모와 비선 참모가 벌인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 및 ‘문고리 3인방’으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라는 비극이 일어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참모의 수난사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 2018년 비서 성폭행 사건으로 징역 3년 6개월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시작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발생한 이 사건으로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던 안 전 지사는 자진 사퇴하고 정치적 사망 선고를 받았다.
21일에는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댓글 조작 혐의로 징역 2년을 확정받아 도지사직을 박탈당한 뒤 수감됐다. 김 전 지사는 끝까지 무죄를 주장했지만 사법부는 2017년 대선을 앞두고 단행한 인터넷 댓글 조작에 김 전 지사가 개입한 증거가 명백하다며 실형을 선고했다.
참모를 뜻하는 스태프의 어원은 지팡이다. 주군과 제상의 곁에 머물면서 중심을 잡아주고 올바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이끌어준다는 의미다. 그래서 참모는 리더 못지않게 어려운 직책이자 어떤 면에서는 리더보다 중요한 덕목과 역량을 요구하는 자리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 리더와 참모는 계속 나올 것이다. 훌륭한 리더를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에 필요한 것은 강직한 참모다. 조선시대 명재상이자 청백리였던 황희, 신숙주, 채제공이 생각나는 한여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