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일부터 매주 일요일 오전 서울경제신문의 재테크 브랜드 ‘선데이부런치’가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부런치는 ‘부(富)와 브런치’의 합성어입니다. 자본시장의 워치독을 자처하는 서울경제신문 증권부 기자들이 부자로 가는 길, 자산 증식과 관련한 소식 등 각종 재테크 소식을 주말 오전에 브런치처럼 부담없이 전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기업공개(IPO) 물량이 몰려 있는 ‘난세’에는 어디서든 수익률 ‘영웅’이 나타날 수 있다.”
공모주 청약 시장의 열기가 여름 낮의 날씨보다 뜨겁습니다. 다음주까지 크고 작은 기업들이 대거 IPO에 나서 그야말로 ‘IPO 슈퍼위크’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IPO주연은 청약을 마친 카카오뱅크와 당장 내일부터 일반 청약을 시작하는 크래프톤과 같은 대어(大漁)들이겠지만, 이들에 치여 주목받지 못하는 기업들도 상장을 통한 비상을 준비 중입니다.
시장의 관심은 대어에 집중됩니다. 하지만 이름값에서는 다소 밀리더라도 정작 수익률은 ‘알짜’인 중소형 공모주들도 많아 관심을 둘만 합니다. 지난 주만 해도 맥스트가 메타버스 붐을 타고 ‘따상상상’을 기록하며 공모주 시장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죠. 이번주 선데이부런치는 단기간에 ‘텐배거(투자자가 10배의 수익률을 낸 주식 종목)’의 꿈을 이룰 수 있는 공모주를 노리는 예비 청약자들을 위해 기업공개에 나서는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봅니다.
당장 이번 주에만 7개 종목이 청약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첫 포문은 월요일과 화요일 이틀에 걸쳐 청약을 진행하는 크래프톤이 엽니다. 크래프톤은 유명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잘알려진 펍지를 비롯해 MMORPG 테라를 개발한 블루홀, 드림모션 등의 다수 독립 개발사를 보유한 유명 게임 개발업체입니다. 상장 단계에서 금융감독원의 반려로 공모가액이 한차례 낮아지면서 이슈가 되기도 했죠. 결국 공모가가 49만8,000원으로 확정됐는데, 공모가 기준으로 하면 시가총액이 24조3,000억원에 달합니다.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의 시총 18조900억원보다 34%나 높습니다.
고평가 논란에도 증권가 기대는 큽니다. KTB투자증권은 크래프톤 주당 적정가치 58만원을 제시했어요. “신작 성과 기대와 지적재산권(IP) 확장성, 공모자금 기반 투자 확대 등 우호적 여건을 반영한 결과”라는 게 보고서를 쓴 김진구 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이름값에 혹하기보단 냉정하게 판단해 참여하는게 현명할 것 같네요.
유명세를 단단히 치르고 있는 크래프톤과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하는 비운(?)의 기업도 있습니다. 바로 지인 추천 및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원티드랩’입니다. 사람인, 잡코리아와 같은 모델을 생각하면 되는데, 현재 가입자는 220만명, 기업은 42만곳의 정보를 갖고 있다는게 회사의 소개입니다. 입사 지원부터 최종 합격 이후 3개월 근무까지의 데이터를 국내 유일하게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원티드만의 경쟁력이라고 하네요.
다만 재무상태는 아쉽습니다. 매출은 매년 빠르게 늘고 있지만, 지난해에만 5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어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4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하긴 했지만, 현재 재무상태보다는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야 하는 기업으로 보입니다.
그래도 수요예측 결과는 기대를 높입니다. 크래프톤으로 쏠린 관심에도 정작 투자자들은 좋은 회사를 알아본걸까요. 공모가가 3만5,000원인 이 회사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1,504대 1을 기록했습니다. 같은날 청약하는 크래프톤이 243대1에 불과했던 점과 비교하면 6배가 넘습니다. 과연 상장 이후에도 청약 경쟁률에 걸맞는 성과를 보일지 궁금하네요. 원티드랩의 경우 또 눈에 띄는 점은 성장성 특례 상장 기업이라 환매청구권이 있다는 점입니다. 환매청구권은 일반청약자가 6개월 내에 공모가격의 90%로 매도할 수 있는 권리죠. 단기 손실을 최대 10%로 막을 수 있어 큰 손실은 피할 수 있습니다. 물론 환매청구권을 쓸 일이 없게 상장 후 꾸준히 우상향하는게 가장 좋겠지만요.
이어 ‘플래티어’와 ‘엠로’가 나란히 수요일과 목요일 이틀에 걸쳐 청약에 나섭니다. 플래티어는 2005년 설립된 이커머스(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솔루션을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기업입니다. 고객 행동과 제품 종류, 주문, 배송 등 단계마다 발생하는 정보를 50억 건의 누적 데이터 등과 연동해 분석·처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394억 원, 영업이익은 36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주요 고객사는 현대자동차 등의 대형 제조사, 삼성카드 등 금융사, SKT·KT 등 통신사와 면세점, 홈쇼핑사, 대형 유통사까지 다양해요. 상장 당일 유통가능 물량이 29%가량으로 그리 많지 않다는 점과 성장세가 이어지는 데다가 재무상태까지 이미 흑자를 내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청약을 하려면 중복청약이 가능한 점도 기억해두시면 좋겠네요.
엠로는 구매 공급 채널 관리(SCM) 솔루션을 개발 공급하는 업체입니다. AI 기반 데이터 관리를 통해 높은 수준의 데이터 품질 관리를 제공하고 클라우드 기반의 SCM 및 전자 계약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삼성과 LG, SK 등 다양한 산업의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280여 개사를 고객으로 두고 있죠. 신규 계약 건수가 꾸준히 늘며 국내 SCM 솔루션 시장점유율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하네요. 지난해 비대면 확산 수혜를 보며 연결기준 매출액 448억원, 영업이익 64억6,000만원을 기록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 증가율은 35%, 영업이익 증가율은 600% 증가했다고 하니 엄청난 성장세인건 확실해 보입니다. 실적 증가세를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가 준다면 청약에 나서볼만 할 것 같은데 올 1분기 영업이익은 2억원에 못 미쳤어요. 향후 성장 가능성에 대한 각자의 판단에 따라 청약여부를 결정해야 할 종목입니다. 유통가능주식 비율이 전체의 56%로 많은 점도 염두에 둬야 할 것 같구요.
목요일부터는 공기호흡기, 방독면, 방역복, 산업·보건 마스크 등을 제조하는 안전장비 전문 기업인 ‘한컴라이프케어’도 청약을 접수합니다. 지난 2017년에 한글과컴퓨터 자회사로 편입된 이 회사는 국내 개인안전장비 시장에서 확고한 지배력을 기반으로 지난해 매출 1,518억원, 영업이익은 387억원을 낸 알짜 회사에요.
다만 지난해 실적은 코로나19 국면으로 반짝 수혜를 본 보건마스크 매출이 반영된 것이라는 점에서 올해는 이보다는 다소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올해 영업이익으로 흥국증권은 340억원, 유진투자증권은 328억원을 예상했어요.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알짜 공모주로 한컴라이프케어를 꼽기를 주저하지 않고 있는데, 바로 공모가 산정 시 보건 마스크 실적은 반영하지 않는 보수적인 공모가 책정 때문입니다. 회사 측은 “적절한 기업가치 산출을 위해 보건 마스크에 실적을 제외한 개인안전장비의 당기순이익만을 사용했다”고 설명했어요. 다들 공모가를 높이려는 상황에서 이같은 공모가 책정이 청약에 나서는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가 되겠네요.
같은날 의료 AI업체 ‘딥노이드’도 코스닥 상장을 위한 청약에 나섭니다. 2008년 설립된 이 회사는 의료 진단, 판독 보조 및 질병 조기진단을 위한 솔루션을 개발합니다. 병원에서 요청 받은 영상 판독 솔루션을 개발해 공급하기도 하고 병원과 의사가 딥노이드의 AI플랫폼을 활용해 직접 개발한 제품을 판매해 수익을 공유하는 플랫폼 사업도 한다고 하네요.
증권가에서는 성장성만큼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두현 키움증권 연구원은 “예방의학 차원에서 건강검진 시장 규모는 점점 커가고 있고, 건강 검진 시 중요한 영상 판독의 효율성도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며 “딥노이드는 커가는 건강검진 시장에 맞춰 수혜가 예상된다”고 평가했어요.
다만 재무 상태는 숙지해야 합니다. 지난해 매출은 10억원, 영업손실은 50억원이에요. 원티드와 마찬가지로 현재 재무건전성보다는 미래 성장가능성을 각자가 판단해 투자해야 하는 회사에요. 최근 상장한 비슷한 의료AI 기업의 주가 흐름을 참고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네요.
흔히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게 없다’고들 하죠. 증권사들은 ‘공모주 대박’을 위해서는 대어급보다는 ‘준척급’ 공모주를 노리라고 조언을 하고 있어요.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IPO 시장의 성수기 즉 물량이 몰려 있는 ‘난세’에는 어디서든 수익률 ‘영웅’이 나타날 수 있다”며 “화려한 대어급 공모(시가총액 기준 10~20 조원 대)에 시선을 뺏겨 상대적으로 대응이 소홀해질수 있는 중대어급 공모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어요.
철저한 분석으로 성장성과 재무건전성을 갖춘 저평가된 중소형 공모주를 잘 찾아 내 투자한다면 여름 휴가 시즌을 맞아 쏠쏠한 수익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