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그널] 3자 매각?…"남양유업, 계약 해제권 없다"

■남양유업 '딜 무산 위기' 쟁점은

위약금 물어도 계약전 원상회복 안돼

홍 전회장 수천억대 소송전 휘말릴듯

오너 리스크 되살아나 자금조달도 파장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남양유업의 최대주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오너 일가의 ‘노쇼’로 남양유업(003920)의 매각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다고 남양유업이 앞으로의 매각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앤컴퍼니가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일반적인 인수합병(M&A)에서 계약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당사자가 해제권을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남양유업 투자자들에게는 대주주 리스크가 되살아난 데다 수천억 원 규모의 분쟁 발생으로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 우려도 높다.



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의 최대주주 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 측은 이날까지 한앤컴퍼니에 거래 재개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그러면 매각은 무산된 것일까. 향후 흐름에 대한 쟁점을 짚어본다.



① 위약금 물면 끝? 계약 의무 이행하지 않은 남양유업, 계약 해제 권리 없어

홍 전 회장 측은 사전 합의된 거래 종결 장소에 등장하지 않는 ‘노쇼’ 방식으로 거절 의사를 사실상 밝혔다. 이번 거래에 관여하는 한 관계자는 “매도자 측이 불참을 통보한 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주장했다.



IB 업계에서는 홍 전 회장이 이번 거래를 파기할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일각에서 계약금을 배액 배상하는 형태로 오너 일가가 거래를 취소할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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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M&A 계약 시 양 측에서 합의한 특정 사유가 없다면 귀책 당사자는 단순 변심으로 계약해제권을 행사하기 어렵다. M&A 시 가장 중요한 선행 조건 중 하나인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승인도 완료된 상황이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위약금 조항은 불이행자를 위한 장치가 아닌 불이행자 상대방이 거래를 종결하고 싶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장치”라고 말했다. 해지 사유가 충족되면 한앤컴퍼니가 계약 해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② 제3자 매각도 불가…홍 전 회장 측, 수천억 원대 소송전 휘말릴 가능성도

한앤컴퍼니가 아닌 제3자에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도 어려워 보인다. IB 업계에 따르면 남양유업 오너 일가와 매수자인 한앤컴퍼니가 5월 체결한 계약서에는 매도자가 제3자에게 경영권을 매각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소식이 알려진 후 주가가 높게 뛸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단순 변심에 따른 파기가 어렵도록 조항을 붙인 것으로 예상된다.

한앤컴퍼니는 오너 일가의 의무 불이행에 따른 손해배상도 추가로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를 앞두고 블라인드펀드의 해외 투자자(LP) 대상으로 캐피털 콜(자금 납입 요청)을 했는데 관련 일정이 모두 틀어지면서 선관주의 의무에 따라 법적 대응은 불가피하다. 사태는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데 홍 전 회장은 공식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단순 변심으로 거래 종결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수천억 원대의 소송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③ 자본시장 신뢰 다시 ‘추락’되살아난 오너 리스크

‘불가리스 사태’로 촉발된 남양유업 오너 일가 리스크 악몽이 되살아나면서 향후 자금 조달 과정에서도 상당한 여파가 예상된다. 남양유업은 대리점 갑질 논란을 비롯해 불가리스 사태까지 연이어 악재가 터지며 기업 이미지가 크게 추락했다. 남양유업은 자사 요구르트 제품인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77.8%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홍보해 사회적 지탄도 받았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남양유업을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의 압수 수색도 진행됐다. 홍 전 회장은 대국민 사과를 하며 경영권 매각을 발표했다.

남양유업에 변화의 바람이 불자 투자금이 몰렸다. 오너 리스크가 해소되면 회사의 가치가 재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임시 주주총회 연기가 발표되기 전까지 남양유업의 주가는 경영권 매각 발표 전 대비 50% 가까이 뛰었다. 하지만 촉발된 경영권 분쟁으로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자 거래소도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회사는 대외적으로 임시 주총을 연기했다고 공시한 상황이다. 향후 매각 관련 일정을 철회할 시 거래소의 규정에 따라 불성실 공시 법인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영권 매각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 사안이라 높은 벌점을 부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남양유업과 남양유업우(003925)의 주가는 전일 대비 각각 1.8%와 6.6% 하락했다.


조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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