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식간에 빌라 전체가 땅속으로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김지훈 감독의 기막힌 상상력과 전대미문의 재난 싱크홀이 결합돼 신박한 작품이 탄생했다. 재난 상황의 긴박함 속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가 다른 재난 영화와 차별점을 주고, 생생한 현장 구현으로 스펙터클함을 더했다.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싱크홀'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김지훈 감독과 배우 차승원, 김성균, 이광수, 김혜준, 권소현, 남다름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싱크홀'은 서울에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동원(김성균)과 같은 빌라 주민인 프로 참견러 만수(차승원)가 동원의 집들이에 온 직장동료 김대리(이광수), 인턴사원(김혜준)과 함께 지하 500m 싱크홀 속으로 떨어져 탈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이야기를 담은 재난 영화다.
김지훈 감독은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인물. 앞서 지상 108층 초고층 주상복합빌딩에서 벌어지는 대형 화재를 다룬 영화 '타워'(2012)로 518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김 감독은 "'타워'는 재난에 집중한 영화인 반면 '싱크홀'에서는 인간적이고 희망을 찾는 메시지와 관객들에게 유쾌함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며 "개인이 가진 에너지를 많이 넣은 작품"이라고 차별점을 설명했다.
김 감독은 '싱크홀'이라는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막연하게 영화로 재밌는 소재라고 생각했다. 가보지 않은 것에 상상력을 더할 수 있었다"며 "500m라는 설정은 인간의 힘으로 절대 빠져나올 수 없는 깊이, 까마득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처음부터 굳이 500m라고 설정한 것은 아닌데 배우들과 대본 리딩을 하다가 500m라는 말이 나왔다"고 밝혔다.
'싱크홀' 제작진은 초대형 재난 상황을 시각적으로 실감 나게 구현하기 위해 지하는 물론 지상 공간까지 힘썼다. 지하 공간은 영화 '명량'·'더 테러 라이프'의 서경훈 VFX 감독이 노하우를 살려 초대형 싱크홀 속 생생한 현장으로 탄생시켰다. 지상 세트는 김지훈 감독과 오랜 호흡을 맞춘 김태영 미술 감독이 5개월에 걸쳐 빌라와 각종 편의시설 등 총 20채의 건물을 지어 대규모 풀 세트를 제작했다. 주 무대인 장수동 세트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세트팀이 참여했다.
김혜준은 "매 순간순간이 재난 같았다"며 "지반이 흔들리는 것을 실제로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스태프들이 세트 밑을 짐벌 세트로 만들어 주셔서 땅이 흔들거리는 것을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소현은 "실제로 사람들이 사는 것 같은 마을처럼 세트를 만들어주셨다. 그 덕분에 저절로 마음으로 연기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싱크홀'은 재난 영화지만 유머가 강조됐다. 매 순간 진지함에 집중하기보다 순간순간 유쾌함을 잃지 않으려 한다. 김 감독은 "장르적 결합이 어려운데 재난 영화에 유머를 넣는 게 어려웠다"며 "배우들에게 큰 도움을 받았다. 재난 속에서 우리가 이 경험을 했을 때 어떻게 빠져나갈 수 있을지 숙제 하듯이 회의를 하고, 원팀이 되었을 때 서로를 원망하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게 뭔지에 대해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특히 이번 영화는 배우들에게 아이디어도 많이 얻고 도움을 많이 받아서 고맙다"고 배우들에게 공을 돌렸다.
배우들의 합도 빛을 발했다. 이들은 한 번도 겪어보지 않은 상황을 상상력을 통해 연기했고, 대부분 액션신을 대역 없이 소화했다. 차승원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지 않나. 하지만 김 감독님이 지속적으로 안을 제시해 주셔서 그런 것에 도움을 받아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김성균은 그린 스크린을 배경으로 연기한 것에 대해 "사방을 흙으로 채워 넣고 부족한 부분을 그린 스크린을 사용해서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밝혔고, 남다름은 "배경은 그린 스크린이었지만 세트나 소품을 리얼하게 준비해줘서 실제와 같은 상황에 조금 더 빠져들 수 있었다"고 전했다.
차승원은 투머치한 오지랖을 자랑하는 프로참견러 만수를 연기하며 위트 있는 연기로 극의 생동감을 더했다. 여기에 재난 상황 속에서 온몸을 던지는 액션 연기로 몰입도를 높였다. 그는 "시나리오의 완성도가 좋은 영화"라고 평하며 "나는 특별히 캐릭터를 준비하기 보다 상황이 캐릭터를 만들어줬다. 내가 호흡했던 캐릭터들이 내 캐릭터들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김성균은 생활 밀착형 연기로 공감을 이끌어냈다. 11년 만에 내 집 마련 꿈을 이뤘지만 하루아침에 그 집이 추락하며 망연자실하는 생계형 가장 동원을 찰떡같이 소화했다. 영화 속에서 부성애가 빛났던 그는 "아들 역할 했던 수찬이가 실제 우리 아들과 또래다. 촬영하면서 같이 고생하면서 현장에서 실제로 아들처럼 느껴졌다"며 "수찬이와 함께하는 순간들이 모두 아들과 함께 하는 느낌이어서 감정 몰입하기에 좋았다"고 말했다.
이광수는 상사의 집들이에 갔다가 뜻밖의 재난에 빠져버린 억울한 김대리 역과 싱크로율 100% 연기를 선보였다. 시도 때도 없이 불만을 늘어놓는 얄미운 캐릭터이지만 유쾌한 매력으로 승화시켰다. 그는 "현장에서 감독님과 배우들과 이야기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대본을 보면서 김대리가 초반에는 이기적이기도 하고 얄미운 구석이 있는데 싱크홀 안에서 상황을 겪으며 주변으로 인해 조금씩 성장하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차승원의 하나뿐인 아들 승태 역을 맡은 남다름은 싱크홀 속 진흙탕에 빠진 연기를 직접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이광수는 "남다름이 몸을 안 사리고 연기에 임했다. 장비 같은 것도 많이 하지 않고 나섰다"며 "나도 남다름을 현장에서 보면서 많이 자극받았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싱크홀'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에 개봉한다. 차승원은 "엄중하고 지루한 시기에 마음의 무거운 짐을 작게나마 덜어드리고 해소시킬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 그런 영화라고 확신한다"며 "돈이 많이 들어갔고 돈 들어간 티가 나는 영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김 감독은 "많은 영화인들이 관객들을 만나고 싶어하고 있다. '싱크홀'뿐만 아니라 좋은 영화들이 기다리고 있다"며 "관객 한분 한분을 소중하고 절실하게 생각하고 있다.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한편 한국형 재난 영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싱크홀'은 오는 11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