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매출액 기준으로 배상 등 위헌 소지…법적 기본도 못 갖춘 법안"

[언론중재법 무엇이 문제인가]

■김성천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정정보도 청구한 사실 몰랐는데

인용 보도한 언론사 처벌도 문제





“허위·조작 보도 같은 허위 사실 유포를 형법에 따라 처벌하는 체계에는 큰 문제가 없어요. 그럼에도 더불어민주당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형사적 방법만으로는 통제가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겁니다. 그런데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특칙을 다룬 30조 2, 고의·중과실의 추정을 다룬 30조 3 등의 항목을 보면 왜 이렇게까지 하려는 건지 이해가 안 갑니다.”



김성천(사진)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달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해 “법안 내용을 보면 반대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4일 서울경제와 만난 그는 이 법안이 언론 단체들이 문제 삼는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위반보다 더 치명적인 ‘법률주의 원칙’ 위반의 문제를 안고 있다며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법학자로서 이번 개정안 중 가장 문제라고 생각하는 조항은 무엇인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요건인 고의·중과실의 추정을 규정한 30조 3이 가장 큰 문제다. 고의·중과실 성립 요건 중에 ‘정정보도청구 등이 있는 기사 또는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이 있었음에도 정정보도·추후보도·열람차단 되기 전의 기사를 별도의 충분한 검증절차 없이 복제·인용 보도한 경우’가 있다. 정정 보도 청구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했는지가 아니라 청구 자체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최초 보도 매체가 아니라 인용 보도한 다른 언론사는 청구가 들어온 사실을 모를 수 있다는 점에서 피해를 볼 소지가 있다. 특정 보도를 다른 언론사에서 인용 보도하면서 인터넷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는 하는데 청구 인용 여부가 정해지기 전까지 입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제도로 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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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법상 명예훼손죄가 있는데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배경은 무엇이겠는가.

△언론 관계에서 명예훼손죄는 허위 사실 적시 부분만 문제가 된다. 통상적 언론이면 반론권 보장 차원에서 크로스체킹을 하기 때문에 고의적으로 허위 사실을 보도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 그럼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려는 것은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매우 엄격히 잘못한 경우에만 적용되므로 민사적으로 처벌 수위를 보완하려는 이유로 추정된다. 문제는 중과실까지 그 대상에 포함돼 언론으로서는 보도를 극도로 조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결국 ‘언론 길들이기’ 수단으로 비칠 소지가 크다.

-개정안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법으로서 기본을 갖추지 못했다고 판단된다.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손해액은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금액으로 환산하는데, 개정안은 그와 관계없는 매출액을 기준으로 삼았다. 매출액과 손해를 연계함으로써 헌법의 법률주의 원칙을 위배하고 있다.

-그럼에도 제도 도입을 주장하는 여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오해가 많은 것 같다. 언론의 활동을 접해봤는지 여부에 따라 사람들의 생각이 달라지는 게 아닌가 싶다. 포털 등을 보면 기사를 마구잡이로 쏟아내는 것 같지만 실상은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으며, 반론권을 보장하기 위해 크로스체킹이 이뤄진다는 점을 일반 독자들이 생각하지 못하신 게 아닐까 싶다. 언론의 실정을 좀 더 제대로 접한다면 생각이 달라지지 않을까.


박준호 기자 사진=오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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