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이 동남아 핀테크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보고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젊은층 인구가 많고 인터넷 거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한국의 ‘카카오 뱅크’와 같은 새로운 금융 플랫폼을 만들어가기 위해 현지 업체들과 협력을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공지능(AI)나 데이터센터 등의 수요로 이어져 SK 계열사들의 동남아 사업 기회가 늘어날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SK동남아투자법인은 말레이시아 핀테크 사업자인 ‘빅페이’에 6,000만 달러(약 700억 원)를 투자했다고 6일 밝혔다. 앞서 SK동남아투자법인은 빅페이가 주도하는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 컨소시엄에 재무적 투자자(FI) 중 하나로 참여했는데, 이번에는 빅페이에 직접 투자를 한 셈이다.
말레이시아 항공사 에어아시아의 자회사인 빅페이는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에서 결제 및 국내외 송금 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인터넷전문은행 설립도 추진 중이다.
SK는 이번 투자를 통해 빅페이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향후 사업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권리와 함께 4,000만 달러(약 450억 원)까지 추가로 투자할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 빅페이는 전자 지갑 분야에서 높은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SK 관계자는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 역량과 핀테크 사업 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빅페이와 함께 동남아 핀테크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라면서 “할부 결제, 대출 및 고객 맞춤형 금융 상품 중개 서비스 등으로 사업 모델을 확장해 ‘원스톱’ 핀테크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 등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80%를 넘고 온라인 거래 성장률 역시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SK는 최근 빅페이가 주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사업 컨소시엄에도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컨소시엄에는 말레이시아 국부펀드 중 하나인 PNB 산하 금융그룹 MIDF, 싱가포르 사모펀드 이클라스 등이 참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SK가 이 컨소시엄에 합류한 것은 계열사인 SK텔레콤 등이 갖춘 핀테크 전문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SK텔레콤은 2016년 하나금융과 합작해 모바일 금융서비스 회사 핀크를 설립, 운영 중이다. SK텔레콤은 또한 지난 2015년 인터파크가 주축이 된 아이뱅크 컨소시엄에 참여해 인터넷 전문은행 사업자 선정에 도저하기도 했다. 한편,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내년 초 최대 5곳의 인터넷전문은행을 선정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