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종목·투자전략

고평가 논란에도…외국인은 왜 '카뱅'에 꽂혔나

카뱅, 시총 33조 찍으며 금융 대장주 꿰차

外人 투매 아닌 매수세 보여 '정반대 행보'

"中 핀테크 투자 대기자금 유입 가능성”

높은 플랫폼 가치·지수 편입 이벤트도 영향

"상장 초기는 펀더멘털보다 수급이 주가 좌우

거래량 진정돼야 주가 분석 의미 있어"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사진=연합뉴스




인터넷전문은행으로 국내 증시에 처음 발 내딘 카카오뱅크(323410)가 ‘은행 대장주’ 지위에 올랐다. 4대 금융 지주의 가치를 단번에 뛰어넘으며 ‘금융 플랫폼’으로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상장 첫날 즉시 공모주를 투매했던 외국인 투자자들이 카카오(035720)뱅크 만큼은 대거 매수에 나서며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카카오뱅크는 시초가 대비 가격제한폭(29.98%)까지 오른 6만 9,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초가는 공모가(3만 9,000원) 대비 37.7% 높은 5만 3,700원에 결정됐다.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33조 1,620억 원으로 코스피 12위에 해당한다. 금융 대장주인 KB금융(21조 7,052억 원)을 단박에 앞지른 것은 물론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의 합계 시총(33조 37억 원)보다 많다. 은행 뿐 아니라 한국 산업을 지탱하는 LG전자·POSCO도 가뿐히 따돌렸고 이제 기아(34조 6,991억 원)도 추격권 안에 들어왔다.




역대 대형 공모주와 수급 현황에서 차이를 보였다. 외국인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하이브의 상장 당일 3,616억 원, 593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신규 상장 종목을 곧바로 매도하는 패턴을 보이면서 동학개미가 외국인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하지만 이번 카카오뱅크에 대해서는 매수세로 대응하며 정반대 행보를 보였다. 전일 외국인은 카카오뱅크를 2,254억 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이 3,037억 원을 사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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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의 매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기란 불가능하지만 미중 간 규제가 영향을 줬을 개연성이 있다는 평가다. 김지영 교보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매수 원인을 속속 알기는 어렵다”면서도 “규제 여파로 중국계 핀테크 업체의 미국 상장이 지연되면서 이를 기다리던 대기 투자금 일부가 실적이 나오는 카카오뱅크에 유입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수준의 사업적 역량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는 월간활성사용자(MAU)가 1,330만 명으로 국내 금융 애플리케이션 가운데 1위를 기록 중이며, 이를 기반으로 신용대출·전세자금대출 등 주력 가계대출 시장에서 경쟁력을 쌓아가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내에서 여수신 업무를 수행해 4년 만에 대형 은행으로 성장한 인터넷전문은행은 카카오뱅크가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며 “전세계적으로 찾아 볼 수 없는 혁신적 사업 모델을 감안하면 기성 은행과 단순 밸류에이션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고 호평했다. 이밖에 코스피 10위권에 안착하면서 큰 주가 변동성이 없을 시 코스피200 조기 편입 가능성이 커졌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지수(MSCI) 편입이 예상된 점도 외국인의 매수세를 자극한 요소로 지목된다.

공모가는 크게 압도하는 가격을 형성했지만 전일 주가는 펀더멘털 이외에 수급적 요인도 큰 영향을 줬을 것으로 풀이된다. 전일 종가(6만 9,800원)는 카카오뱅크에 대해 우호적인 시선을 보낸 교보증권의 목표가 4만 5,000원을 50% 이상 웃돈다. 교보증권은 카카오뱅크에 주가순자산비율(PBR) 4.0배를 부여했는데 기성 은행의 평균 PBR은 0.44배 수준이다. 한 증권 업계 관계자는 “신규 상장 종목은 펀더멘털보다 수급이 주가를 좌우하기 때문에 상장 초반부 주가가 기업가치를 정확히 보여준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거래량이 안정세에 접어들어야 주가에 대한 고평가·저평가 논쟁이 의미 있다”면서 당분간 카카오뱅크가 변동성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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