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배구가 45년 만의 두 번째 메달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다음을 기약했다.
한국 여자 배구대표팀은 8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3·4위전에서 세르비아에 세트 스코어 0-3(18-25 15-25 15-25)으로 패했다. 이로써 한국 여자배구는 2012 런던 대회 때와 같은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배구는 1976 몬트리올 대회에서 한국 구기 종목 사상 첫 메달(동메달)을 선사한 바 있다.
태극기를 시상대에 올리겠다고 다짐했던 김연경(33·중국 상하이)과 황금세대의 마지막 투혼은 이렇게 끝이 났다. 두 차례 올림픽 4강 무대를 밟은 세계적인 거포 김연경은 마지막 올림픽에서도 평생의 메달 소원을 풀지 못했다.
한국은 1세트에서만 14점을 몰아친 세르비아의 티야나 보스코비치의 ‘몰빵 배구’에 초반부터 힘든 경기를 펼쳤다. 보스코비치는 키 193㎝의 왼손 라이트 공격수로 김연경과도 절친이다.
한국은 목적타 서브로 1세트 중반까지 접전을 벌였다. 김희진(IBK기업은행)의 서브 에이스 2개와 김연경의 터치 아웃 득점, 세르비아의 범실을 묶어 11-8로 앞서며 한때 승리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17-17에서 보스코비치의 강타, 밀레나 라시치의 속공에 연속 4점을 준 데 이어 김희진의 오른쪽 직선 공격이 코트를 벗어나면서 순식간에 17-22로 벌어져 1세트를 뺏겼다.
2세트에서도 박정아(한국도로공사)의 왼쪽 오픈 공격과 김희진의 오른쪽 강타가 연거푸 세르비아의 블로킹에 막혀 6-11로 끌려가면서 한국은 힘없이 2세트마저 내줬다.
보스코비치의 맹공격은 3세트에서도 이어졌다. 5-5에서 3연속 서브에이스로 한국의 기를 꺾었다. 이어 보스코비치의 백어택이 우리 코트 바깥쪽에 살짝 걸치고, 정지윤(현대건설)의 공격이 가로막히면서 7-13으로 벌어져 승부의 추는 세르비아 쪽으로 완전히 기울었다.
보스코비치는 무려 33점을 퍼부어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우리나라 선수 전체가 올린 득점보다 1점 더 많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대회 은메달 팀인 세르비아는 이번에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편 여자 배구의 메달 획득이 좌절되면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메달 6개, 은메달 4개, 동메달 10개로 도쿄올림픽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