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준비했던 ‘부흥·재건’ 구호 대신 ‘안전·안심’을 외쳤지만 2020 도쿄 올림픽이 남긴 것은 ‘완주’뿐이다.
코로나19로 1년 미뤄져 지난달 23일 개막한 도쿄 올림픽은 8일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신국립경기장)에서 진행된 폐막식을 끝으로 17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했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은 “기대 이상의 대회였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이 잘 가동됐고 선수들의 경기력은 감동을 줬다”고 평했다.
도쿄 올림픽을 성공 올림픽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IOC 내부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 AP통신은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 자료를 인용해 이번 대회가 역대 가장 비싼 올림픽이라고 보도했다. 자료에 따르면 도쿄 올림픽은 개최 비용으로만 총 154억 달러(약 17조 6,000억 원)를 썼다. 이 돈이면 300개 병상을 갖춘 병원을 300개 가까이 지을 수 있고 초등학교 1,200개를 세울 수 있다. 보잉747 여객기 38대를 살 수 있는 돈이기도 하다. 대회 1년 연기로 28억 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사실상의 무관중 진행으로 8억 달러의 수입이 날아갔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개최 비용을 최대 280억 달러까지 잡았다. 지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대회의 2배 수준이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 속에 시작한 리우 대회는 개막 이후 바이러스 확산이 둔화됐고 일시적인 정국 안정으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도쿄 대회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 대유행의 중심에 있었다. 올림픽 개막 이후 도쿄도에서만 연일 4,000명 이상의 신규 확진자가 쏟아졌다. 개막일보다 3배나 늘었다. 선수촌 감염 등 올림픽 직접 관련 누적 확진자도 400명 이상 나왔다. 타액 검사와 위치 추적 등으로 방역의 ‘버블’을 구축했지만 보여주기식 대책일 뿐 확산 억제에 이렇다 할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각국 취재진은 여느 올림픽처럼 좁은 텐트에 다닥다닥 붙어 일했고 빅 매치가 열리는 날에는 자원봉사자들도 우르르 모여 관중처럼 경기를 봤다. 선수단·관계자·취재진 등이 각국으로 돌아간 뒤 올림픽을 매개로 한 또 다른 대유행이 번질지도 모를 일이다. 선수들은 5년간의 준비가 아까워 감염의 위험을 안고도 혼신을 다했고 IOC는 선수들이 주는 감동에 숨어 ‘올림픽 정신’을 홍보하는 데 바빴다.
체감온도가 섭씨 40도를 훌쩍 넘는 불볕 더위에 선수들을 내몬 것을 두고도 논란이 크다. 골프장에서는 일부 캐디가 경기 도중 나가떨어졌고 양궁 선수는 열사병으로 쓰러졌다. 여자 마라톤에서는 15명이나 중도 기권했다. 테니스 선수들은 50도까지 올라간 코트에서 경기 하다 “죽을 수도 있겠다”고 토로했고 카누 선수들은 “뜨거운 수프 위에 떠 있는 것 같다” “목욕물에서 노 젓는 기분”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번 대회 들어 유독 이변이 속출한 것도 코로나19 사태에 더한 ‘살인 더위’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역사상 가장 더운 올림픽에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은 고문당하다시피 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