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북중 겁박에 ‘반쪽 훈련’마저 포기하는 나라


올 하반기 한미 연합 훈련이 3월 전반기 훈련 때보다 더 축소돼 실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군 당국은 10~13일로 예정된 사전 연습 성격의 위기관리 참모 훈련 참여 인원을 최소화하기로 졀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6~26일 진행되는 연합 지휘소 본훈련도 방어 훈련만 실시하고 반격 훈련은 생략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예년보다 규모를 줄여 컴퓨터 시뮬레이션 형식으로만 진행할 예정이었는데 이마저도 축소해 ‘반의 반쪽’으로 더 쪼그라드는 것이다.

한미 연합 훈련의 핵심인 야외 실기동 훈련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이후 중단된 상태다. 이러면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의 훈련이라도 충실히 이뤄져야 하는데 외려 축소되고 말았다. 정부는 코로나19 핑계를 대지만 북한의 겁박에 굴복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1일 북한 김여정이 “한미 연합 훈련은 재미없는 전주곡이 될 것”이라고 하자 여권에서 기다렸다는 듯 연기 주장이 터져 나왔기 때문이다.



북한의 도발에 대비한 훈련을 남의 눈치나 살피면서 중단하자는 것은 이적 행위에 가깝다. 남남 갈등을 조장하고 한미 균열을 노리는 북한의 전술에 휘둘릴 뿐이다. 최근 미국 조야에서 한미 훈련 축소에 대해 “한미 관계 약화를 노리는 김정은의 노림수에 한국이 넘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는 이유다. 중국은 벌써 그 틈을 파고들고 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6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미 연합 훈련은 건설적인 측면이 부족하다”며 반대 입장을 공개 표명했다. 한국을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이런 내정간섭 발언을 서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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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목적의 정례적인 군사훈련이 정치 논리에 휘둘리면 결국 국가 안보가 위협 받는다. 정부는 한미 연합 훈련을 정권 말 남북 이벤트에 활용하려는 행태를 멈추고 대규모 야외 실기동 훈련을 복원하는 등 정상화해야 한다. 중국의 내정간섭에 대해서도 강력 항의하고 사과를 받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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