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6일 화상으로 개최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해 있다. 화면 중앙은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연합뉴스북한 측이 지난주 화상으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에서 “일부 국가의 성급한 방역 완화로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언급하며 코로나19 방역 경계 태세를 낮추지 않겠다고 발언한 것으로 9일 알려졌다. 북한이 이르면 이달 말 중국과의 무역을 재개할 전망이라는 보도가 나왔지만, 북한이 방역 완화 조치에 대한 불안을 드러낸 만큼 이른 시일 내 국경봉쇄 조치가 풀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지난 6일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진행된 ARF 회의는 북한이 유일하게 참석하는 역대 다자안보 협의체다.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한 안광일 주아세안 대표부 대사 겸 주인도네시아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10분짜리 발언에서 4분 가까이 코로나19 사태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 대사는 이날 북한이 자력으로 코로나19 방역에 성공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경제회복까지 견인해가고 있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자력갱생’, ‘자력자강’을 재차 강조했다.
안 대사는 특히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해 “일부 국가에서 성급한 방역 완화로 코로나19가 급속히 재확산되고 있는 상황을 봤다”면서 “부주의로 다수의 인명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북한 내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하겠다”는 메시지도 분명히 전달한 것이다.
다만, 북한은 이날 회의에서 정의용 외교부 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이 북한과의 대화를 촉구했지만, 관련해서 답변하지 않았다. 아울러 복원된 남북 통신선 관련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북한이 델타 변이 확산세를 지켜보면서 당분간 국경봉쇄 조치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 북한이 방역의 일환으로 18개월째 국경을 봉쇄해온 상황에서 무역 재개 역시 ‘성급한 방역 완화’ 조치로 판단될 수 있다. 북한은 국제 요원의 입국을 동반하는 코로나19 백신 국제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170만4000회분(약 85만명분) 지원도 마다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북한 정부가 아직 코백스가 지원하는 백신을 받기 위한 필요 사전 절차를 완료하지 못했다”며 “북한의 국경 봉쇄 조치로 지원 활동에 제약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9일 오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에 있는 무역회사 간부를 인용해 북한이 코로나19로 중단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을 이르면 이달 말 재개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이 최근 식량난에 이어 폭우 피해까지 겪은 만큼 8월 말에 중국으로부터 곡물과 약품 등의 민간 물품이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은 현재 대북제재 장기화에 이어 국경봉쇄로 인한 북중무역 단절과 수해 피해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