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도쿄올림픽 중계방송에서 크고 작은 사고로 논란을 빚은 MBC가 콘텐츠 신뢰 회복을 위한 '공공성 강화 위원회'(가칭) 설치 등 쇄신안을 발표했다.
MBC는 올림픽 폐회식 다음날인 9일 "올림픽 방송 과정에서 발생한 연속적 사고의 원인을 구성원들의 공적 가치에 대한 인식 미비, 콘텐츠 제작 시스템 전반의 체질적 한계로 진단하고 신뢰받는 공영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밝혔다.
먼저 공공성 강화 위원회는 공영방송, 인권 분야 전문가 등 전원 외부위원들로 구성되며 '도쿄올림픽 관련 조사위원회'의 조사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프로그램 제작 등을 포함한 본사 내부 관행과 조직문화, 책임과 윤리 관련 제도 등을 전면 재검토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의 품질과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규범 체계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위원회는 활동 후 'MBC 콘텐츠 가이드라인: 공적 가치, 원칙과 기준'을 제정한다. 이 가이드라인은 본사와 지역계열사, 자회사 임직원과 신입사원 교육 연수 등에 활용된다. 이와 함께 콘텐츠, 서비스 품질과 시청자 소통과 관련된 현행 주요 사규 역시 개정한다는 방침이다.
방송 사고를 사전에 막을 게이트 키핑 시스템도 강화한다. 각 국장 산하에 콘텐츠 다양성을 검토하는 담당자를 지정해 제작 자율성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고 예방과 공적 가치를 기준으로 콘텐츠 기획안 등을 점검한다. 또한 심의부에 가칭 '인권심의 위원회'를 신설해 인권과 성평등, 문화 다양성 등에 대한 심의를 거쳐 프로그램을 방송하며 스포츠 중계 생방송의 경우도 담당 심의위원을 지정해 집중적으로 심의할 계획이다. 임직원을 대상으로는 인권 의식 체화를 위한 집중 교육을 도입한다. 올림픽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앞두고 중계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에게 실시해 왔던 사전 교육을 모든 스태프를 대상으로 확대해 시행한다.
MBC는 현재 2020 도쿄올림픽 방송 관련 조사위원회를 통해 이번에 벌어진 사고 전반에 대해 진상을 규명 중이며,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관련 책임자와 제작진에 대해 인사 조치도 하기로 했다. MBC는 이번 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 입장 시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화면에 삽입해 국내외에서 물의를 빚고 박성제 사장이 직접 사과했다. 이후에도 김연경 선수 인터뷰를 유튜브로 내보내면서 '축구, 야구 다 지고 배구만 이겼는데?'라는 자막을 임의로 삽입해 논란을 빚었고, 폐회식 날에는 마라톤 해설위원이 부상으로 기권한 오주한 선수를 향해 "찬물을 끼얹는다"고 발언해 지적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