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정부가 집값이 고점에 이르렀다는 경고를 내놓았음에도 가계대출 증가 폭이 7월 기준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식 등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이어진 영향이다.
한국은행은 7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040조 1,965억 원으로 전월 대비 9조 7,320억 원 증가했다고 11일 밝혔다. 7월 증가액 기준으로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다. 지난 6월(6조 3,000억 원)보다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졌다.
주담대가 전월 대비 6조 1,000억 원 증가하면서 전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7월 증가액 기준으로 2015년 7월(6조 4,000억 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준이다. 주택 매매가 꾸준히 이어지는 가운데 전세 거래 관련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전세자금대출은 7월에만 2조 8,000억 원 늘었다. 집단대출도 지속적으로 취급되고 있다.
신용대출을 포함하는 기타대출도 3조 6,000억 원 증가해 6월(1조 3,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기타대출 증가 규모도 7월 기준 지난해 7월(3조 7,000억 원)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폭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카카오뱅크, HK이노엔 등 공모주 청약 관련 자금 수요 영향으로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규모가 상당 폭 확대됐다.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가계대출 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성진 한은 시장총괄팀 차장은 “주담대는 주택 매매 거래와 2~3개월 시차를 두고 후행해서 늘어나기 때문에 이전 거래가 7월 대출 증가로 나타난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주택 매매나 전세 관련 자금 수요,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하는 기타대출 수요, 생활자금 수요 등 대출 수요가 상당히 큰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 대출 뿐 아니라 기업 대출도 큰 폭으로 늘었다. 7월 은행 기업대출은 11조 3,000억 원 늘어나면서 지난 6월(5조 1,000억 원) 대비 증가 폭이 확대됐다. 대기업 대출은 분기 말 일시상환분을 다시 취급하면서 2조 3,000억 원 늘었다. 중소기업 대출은 은행 및 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부가가치세 납부 관련 자금수요로 9조 1,000억 원이나 폭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