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1월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투발루가 국토 포기를 선언한다는 한 외신 보도에 지구촌이 놀랐다. 해수면 상승으로 나라가 잠기는 바람에 일부 주민들이 뉴질랜드 등 인근 국가로 이주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실제로는 해수면 상승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국토를 포기해야 할 판”이라는 외국 과학자들의 경고가 와전된 것이었다. 주민 이주도 교육이나 경제적 문제 탓으로 드러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소식은 한 나라의 국토 전체가 바다에 잠길 만큼 지구온난화가 심각함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남태평양 폴리네시아에 위치한 투발루는 9개 섬으로 이뤄져 있으며 면적은 26㎢에 불과하다. 바티칸시국·모나코·나우루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작고 인구도 1만 1,000여 명으로 세 번째로 적다. 1568년 스페인 항해가가 남방 대륙을 찾아 항해하던 도중 이 섬을 지나갔다는 기록이 있고 이후 1819년 미국의 한 선장이 푸나푸티(현 수도) 환초를 발견한 뒤 배 소유주 이름을 따 ‘엘리스제도’라고 이름 붙였다. 1916년 영국 식민지가 된 후 1978년 독립하며 국가 이름을 ‘투발루’로 명명했다. 섬은 9개지만 독립 당시 사람이 거주하는 곳이 8개여서 ‘8개 섬의 단결’이라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
작은 섬나라가 관심을 모으게 된 것은 투발루 섬들이 해발 4~5m에 불과해 온난화로 인한 침수 위기에 처해 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학계에서는 2060년이면 투발루 전 국토가 없어질 것이라는 끔찍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2007년에는 투발루 총리가 우리나라를 방문해 자국 해안에 콘크리트 펜스를 설치하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최근 보고서에서 “지구온난화로 21세기 안에 투발루를 비롯한 남태평양 섬나라들이 바닷물에 잠겨 지도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 재앙을 피하려면 탄소 배출을 억제해야 하는데 우리 현실에서 원전 없이 탄소 중립은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신재생에너지에 매몰된 비현실적 탄소 중립 로드맵을 고집하지 말고 탈원전의 아집에서 벗어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