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기자의 눈] 크래프톤의 청사진 어디갔나

양사록 증권부 기자


“수요예측과 청약 모두 흥행에 참패한 걸 보면 주가 부진은 예고됐던 거죠.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이해가 안 돼요.”

지난 10년간 공모주 투자를 해온 한 지인의 하소연이다. 큰 기대를 모았지만 상장 사흘째인 12일까지 크래프톤의 주가는 공모가를 한 번도 넘지 못한 채 오히려 18%나 하락했다.

공모가 산정이 문제였다. 크래프톤이 처음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는 공모가 산정을 위한 비교 그룹에 주가순이익비율(PER)이 88.8배에 달하는 월트디즈니가 포함됐다. 흥행작이 배틀그라운드뿐인 게임사가 글로벌 콘텐츠 공룡의 가치를 요구한 것이다. 국내 게임사의 PER은 엔씨소프트가 57.2배, 넷마블이 51.2배, 넥슨이 12.0배다.



해당 증권 신고서는 결국 금융 당국으로부터 정정 요구를 받았고 크래프톤은 국내 상장한 게임사 네 곳을 비교군으로 삼아 공모가를 산정한 증권 신고서를 다시 제출했다. 하지만 재산정한 공모가조차 수요예측과 청약에서 모두 기대를 밑돌며 초기 주가 흐름을 결정했다.

관련기사



청약 미달 없이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크래프톤과 주관사들에는 ‘성공적인 상장’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청약 수수료까지 내가며 공모주를 받고도 큰 손실을 낸 공모주 투자자들은 울상이다.

증시 활황을 틈탄 한탕식 공모가 아니었음을 증명해 시장의 냉소를 찬사로 돌려놓는 것은 이제 온전히 크래프톤의 몫이다. 크래프톤은 월트디즈니를 비교 그룹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매출 발생 지역과 밸류체인 내 협상력, 지식재산권(IP)의 희소성, 핵심 개발진의 역량 등의 차이로 국내 상장사로는 비교 회사 선정이 포함하며불가능하다”며 “콘텐츠 제작의 명가라는 비전 아래 IP를 바탕으로 영화·음악·드라마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으로 확장하는 사업 모델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회사의 비전을 믿은 주주들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한국의 월트디즈니’라는 장밋빛 기업공개(IPO) 청사진을 현실로 바꿔놓기를 바란다.






양사록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