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中 ‘이이제이’ 전략 한계인가…美·英 이어 加·리투아니아 등과도 전방위 대립

加와 ‘멍완저우 인질 판결’ 논란, 리투아니아와는 대만 문제로 갈등

주요 선진국 대부분과 대립…“올림픽때 안정하지 않다” 주장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최근 모습. 12일 그는 중국 법원의 캐나다인 중형 선고에 대해 “부당하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로이터연합뉴스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최근 모습. 12일 그는 중국 법원의 캐나다인 중형 선고에 대해 “부당하다”며 강력히 비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이 세계와 대립각을 키우고 있다. 캐나다와 ‘인질 판결’ 문제로 난타전을 벌인데 이어 발트해의 리투아니아와는 대만 문제로 단교 직전이다. 중국이 미국·인도·일본·영국·호주 등과 대립하는 와중에 갈등 상황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12일 관영 신화통신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앞서 캐나다가 자국민이 간첩죄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은 것에 “엉터리 재판”이라며 반발한데 대해 중국은 이를 사법주권 침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오히려 캐나다가 일부 국가를 규합해 사실을 무시하고 시비를 혼동시키며 이래라저래라하고 있다. 중국 사법주권을 심각히 침해했고 법치정신을 위배했다”면서 “강력 규탄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1일 랴오닝성 단둥시 중급인민법원은 캐나다인 마이클 스페이버에 대해 외국을 위해 정탐하고 국가기밀을 불법 제공한 혐의로 징역 11년 형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화웨이 창업자의 딸인 멍완저우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 인도돼야 할지를 결정할 캐나다 법원의 최종심리를 몇주 앞두고 나왔다.

이에 대해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절대 수용할 수 없다. 부당하다”면서 “판결은 2년 반 동안의 임의구금 끝에 나왔다. 법적 절차에 투명성이 없고 국제법상 최소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마크 가노 캐나다 외무장관도 “엉터리 재판”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날 11년 형을 받은 스페이버는 캐나다가 2018년 12월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체포한 지 9일 뒤 전직 캐나다 외교관 마이클 코브릭과 함께 중국 당국에 구금됐었다.

중국은 지난 10일에도 필로폰 222㎏을 밀수한 혐의로 기소된 캐나다인 로버트 셸런버그의 항소심 재판에서 원심인 사형 판결을 유지했다. 셸런버그는 2018년 11월 1심에서 징역 15년형이 나온 뒤 항소했지만, 법원은 멍완저우 사건 이후 재심을 결정해 사형 판결을 내렸었다.

조셉 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EU와 유럽 전역’의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대표부를 개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P연합뉴스조셉 우 대만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EU와 유럽 전역’의 국가들과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대표부를 개소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P연합뉴스



이와 함께 대만 문제를 놓고도 중국은 동유럽 소국 리투아니아에 단교도 불사하겠다는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이날 중국 외교부는 중국이 그동안 리투아니아의 국익을 해친 적이 한 번도 없다면서 “리투아니아가 대만의 대표처 설립을 허용해 중국의 주권과 영토를 심각히 침해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반한 만큼 중국은 이에 정당하고 합리적인 대응을 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앞서 리투아니아는 대만과 교류협력을 늘리는 차원에서 올해 가을 대만 대표처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했다. 리투아니아는 이미 경제적 실익이 없다며 중국과 중·동부유럽 협력체인 ‘17+1’에서도 탈퇴한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리투아니아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는 등 강경 대응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이렇게 (단교를 포함한) 강경책으로 나오는 것은 대만에 우호적인 유럽 내 도미노 효과를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 회원국이다.

최근 중국이 캐나다와 리투아니아와 동시에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나라의 갈등상황도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과는 이미 지난 2018년부터 불공정 무역 및 첨단기술, 인권 등으로 갈등을 빚고 있다. 최근에는 ‘신냉전’을 언급할 정도로 관계가 더 나빠졌다.

중국은 미국에 맞서 세계에서 우호국가를 확보한다는 계획이었지만 오히려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현대판 이이제이(以夷制夷)가 한계를 맞고 있는 셈이다. 중국에 대해 유럽연합( EU)도 역시 신장위구르·홍콩·티베트 인권 문제로 ‘EU·중국 투자협정’이 유럽의회에서 보류될 정도로 분위기가 악화됐다. 유럽의 반중 분위기는 영국이 주도하고 있는데 특히 홍콩 문제로 심각한 갈등 상황이다. 중국은 영연방 국가인 호주와도 코로나19의 기원의 국제조사 등의 문제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또 인도와는 국경충돌 앙금이 해소되지 않고 있고 일본과도 대만해협 문제로 갈등이다. 한국마저 중국의 한국에 대한 내정간섭 논란으로 관계가 삐꺽거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중국과 관계가 정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러시아와 북한 정도 밖에 없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은 백신 외교를 통해 동남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 저개발국에 대규모 중국산 백신을 팔고 있지만 ‘물백신’ 논란이 커지면서 이마저도 호의적이지 않다.

영국 가디언지는 12일 “캐나다 일각에서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참가를 위해 (선수 등 관계자들이) 중국을 방문하는 것이 위험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고 전하는 등 중국이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고 있다.


베이징=최수문 특파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