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생활비처럼 써 상상 못한 일…돈 받을 수 있을까” 눈물 글썽

‘머지포인트’ 먹튀논란 일파만파

"아직도 1,000만원 정도 남았는데..."

고객들 환불 요구로 본사 아수라장

사실 모르는 가맹점서 대거 결제해

"자영업자에 피해 떠넘기기" 비판도

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플러스’ 본사에 13일 오후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모여 있다.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는 머지포인트는 가입자에게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는 플랫폼을 표방해 큰 인기를 끌었다. /연합뉴스서울 영등포구에 위치한 ‘머지플러스’ 본사에 13일 오후 환불을 요구하는 이용자들이 모여 있다.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는 머지포인트는 가입자에게 대형마트, 편의점, 커피전문점 등 200여개 제휴 브랜드에서 20% 할인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하는 플랫폼을 표방해 큰 인기를 끌었다. /연합뉴스




“5층에 다녀왔는데 안에서 직원이랑 피해자들이랑 대치 중입니다. 어차피 안 받아주지만 이왕 여기까지 온 건데 들어가셔서 환불 계좌번호라도 내고 오세요.”



13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선유도역 4번 출구 앞. 근처 건물에서 나온 여성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치자 수백 명이 하나둘 건물로 향했다. 머지플러스가 운영하는 모바일 결제 수단 ‘머지포인트’를 환불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목적지는 해당 건물 5층에 위치한 머지플러스 사무실. 약 250m에 달하는 긴 줄에 서 있던 사람들이 들어서자 계단은 물론 복도까지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수많은 인파를 지나 다다른 사무실 역시 환불받으려는 이들로 설 공간조차 마땅치 않았다.

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 13일 머지포인트를 홍보하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김태영 기자지하철 9호선 선유도역에 13일 머지포인트를 홍보하는 광고판이 붙어 있다. /김태영 기자


‘무제한 20% 할인’을 내세워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었던 모바일 결제 서비스 머지포인트가 ‘먹튀 논란’에 휩싸이며 소비자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2년 반 넘도록 ‘미등록 영업’을 했다는 금융감독원의 판단이 나오며 머지포인트 측이 위법 요소를 없애기 위해 사용 가능 가맹점을 대폭 축소하고 포인트 판매를 일시 중단했기 때문이다. 머지포인트 측이 환불 의사를 밝혔지만 이를 믿지 못한 이용자 수백 명은 물밀듯이 본사를 찾고 있다.



조금이라도 환불을 받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로 머지플러스 본사는 아수라장이 됐다. 머지플러스가 앞서 지난 11일 환불을 원하는 이용자에게 잔액의 90%를 돌려주겠다고 밝혔으나 정작 시기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에 500여 명의 이용자가 전날인 12일 오후 9시께부터 이날 새벽까지 본사를 방문해 환불을 요구했고 일부는 잔액의 48%를 환불받았다는 사실이 온라인에서 알려졌다. 소식을 듣고 본사를 찾는 발길은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다. 하지만 환불 접수가 쉽지 않자 이용자들은 ‘정보라도 남기고 가자’며 이름, 계좌번호, 보유 머지포인트 등을 적은 환불 용지를 한데 모았다. 일부 이용자는 공기청정기 등 회사 비품을 들고나갔고 한쪽에서는 ‘회사에서 보낸 용역 직원이 아니냐’며 사람들 간 다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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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원구에서 왔다는 주부 A(50대) 씨는 “마트에서도 쓸 수 있어 오랫동안 머지포인트를 생활비처럼 사용했다”며 “지금까지 1,000만 원 가까운 금액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 가맹점도 많고 카드사랑 제휴도 해서 이런 일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환불 양식을 내기는 했지만 (직원이) 내 종이를 받고도 제대로 보관하는 느낌이 아니어서 환불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인근에서 직장을 다니는 황 모(46) 씨는 “친구가 제주도에 가 있는데 머지포인트 잔액이 120만 원이나 남아 있다고 해 대신 환불을 요청하러 왔다”며 “(머지포인트 측에서) 온라인으로도 환불을 해준다지만 친구가 ‘이 말을 믿기 어렵다’며 도움을 청했다”고 했다.

본사 회의실에 혼자 남은 머지플러스 직원이 “열이 난다”며 119에 구급 신고를 하자 분위기는 더욱 악화됐다. 오전 11시 18분께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지만 이용자들이 반발해 움직이지 못했다. 이후 정오께 직원의 신고를 받고 온 경찰까지 투입돼 두 번째 이송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용자들이 “도망가지 말라”거나 “환불 권한을 가진 책임자가 오면 길을 열어주겠다” “지금 직원을 보내면 환불을 못 받는다”는 말로 막아서면서 실패했다. 혼란이 계속되자 머지플러스는 이날 애플리케이션과 카카오톡 채널 등에 “회사 방문을 통해 요청을 해주시는 고객님들로 인해 전체적인 환불 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며 “부디 온라인 신청 페이지를 이용해주기글 부탁드린다”고 새로 공지했다.

네이버의 한 카페 게시글에 ‘머지포인트 결제 가능 가맹점 공유 행위’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네이버 카페 캡처네이버의 한 카페 게시글에 ‘머지포인트 결제 가능 가맹점 공유 행위’를 비판하는 댓글들이 달려 있다./네이버 카페 캡처


한편에서는 남은 머지포인트를 털어내려는 이용자들이 속출해 ‘손해를 자영업자에게 떠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몇몇 가맹점이 관련 논란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이용해 적게는 몇만 원부터 많게는 수십만 원어치의 음식 값을 결제한 뒤 가게 목록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했다. 머지포인트로 인한 손실이 이용자에서 가맹점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유사 행태가 확산될 경우 이른바 ‘폭탄 돌리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중구에서 카페를 하는 B(20대) 씨는 “12일에 머지포인트로 결제하는 분이 너무 많았는데 나중에 뉴스를 보고서야 (논란을) 알았다”며 “안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힘든데 다음 달에 대금이 제대로 정산될지 알 수 없어 발만 구르고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머지포인트 이용자였던 이 모(20대) 씨는 “손해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지만 머지포인트 회사가 지속될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에게 그러는 것은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머지포인트의 합법성을 둘러싼 논란이 일파만파로 퍼지자 금융 당국은 뒤늦게 머지플러스에 정상적인 영업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머지플러스의 대응을 모니터링하고 불법행위가 없을 경우 머지플러스를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하도록 할 방침이다. 머지플러스를 합법적인 테두리에 두고 관리하겠다는 의미다. 머지플러스도 이른 시일 내에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규정상 직불전자지급수단 혹은 선불전자지급수단 발행 및 관리업을 하기 위해서는 20억 원(전자자금이체업은 30억 원)에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맞춰야 한다.


김태영 기자·김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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