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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전설·아스가르드... 클래식RPG '되살리기' 나서는 넥슨


넥슨이 ‘클래식RPG’로 묶인 고전 온라인 게임 되살리기에 나서고 있다. 인력을 채용하고 한동안 소식이 끊겼던 업데이트와 이벤트를 진행하는 한편, 광고도 선보이며 이용자 복귀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의 넥슨을 만든 ‘노장’ 게임의 추억을 되살려 연초 확률조작논란으로 돌아선 이용자들의 마음을 돌리려 한다는 평가다.

엔진을 업데이트한 어둠의 전설 게임 장면 /사진제공=넥슨엔진을 업데이트한 어둠의 전설 게임 장면 /사진제공=넥슨





14일 업계에 따르면 넥슨은 올 상반기부터 어둠의 전설·아스가르드 등 클래식RPG 구글 광고에 나서고 있다. 구글애드를 이용한 배너 광고 형식으로 과거의 추억을 자극하는 내용을 담았다. 두 게임을 담당한 서버 프로그래머도 채용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둠의 전설과 아스가르드에 추억을 가진 30대 남성층을 상대로 구글애드를 집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바람의 나라를 제외한 타 클래식RPG는 수익이 나지 않는 상황인데, 광고비와 인건비 ‘투자’를 결정한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 20년 된 클래식RPG… 수익 없지만 슬금슬금 업데이트

넥슨 클래식RPG는 바람의 나라(1996년)·어둠의 전설(1998년 작)·일랜시아(1999년 작)·아스가르드(2003년 작)·테일즈위버(2003년 작) 5개 게임을 일컫는다. 모두 출시한지 20년 내외의 ‘노장’들로 넥슨이 국내 최대 게임사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한 게임이다. 그러나 현재도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는 게임은 바람의 나라 하나로 알려져 있다. 나머지 4개 게임은 이용자 감소로 명맥만 유지하는 형편이다.

넥슨은 지난 2008년 이 게임들을 클래식RPG로 브랜드화하고 수익과 무관하게 서비스를 계속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서비스를 유지할 뿐, 오랜 기간 콘텐츠 업데이트에 나서지 못했다. 수익이 나지 않으니 자원 투입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바람의 나라와 테일즈위버를 제외한 클래식RPG는 전담 인력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소규모 팀에서 4개 게임을 담당하다 보니 업데이트는커녕 유지보수에 급급했었다”고 전했다.

넥슨이 집행중인 어둠의 전설 구글 배너 광고 캡처넥슨이 집행중인 어둠의 전설 구글 배너 광고 캡처



최근 들어서는 클래식RPG에 대한 기조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에는 어둠의 전설이 게임 ‘엔진’을 교체했다. 엔진은 게임을 구동하는 기틀이다. 콘텐츠는 유지하며, 게임 전반을 현대적으로 처음부터 재설계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20년도 더 된 코드를 들어내 다시 만드는 데 공이 많이 들었을 것”이라며 “수익이 나지 않는 게임에 큰 투자를 한 셈”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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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부터는 어둠의 전설·아스가르드 두 게임에 대한 콘텐츠 업데이트가 이뤄지고 있다. 지난 6~7월에는 어둠의 전설에 ‘어둠추억포레버’ 이벤트가 열렸다. 게임에서 쌓은 추억을 공유하면 넥슨캐시 등 상금을 주는 행사였다. 7월 15일에는 아스가르드에 ‘레이드(대규모 집단 전투)’ 콘텐츠가 추가됐다. 출시한 지 18년 된 게임에 단순 이벤트가 아닌 본격적인 신규 콘텐츠가 추가된 것이다. 넥슨 관계자는 “느리지만 꾸준히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당장 수익보다 좋은 게임이 우선” 진정성 보이려는 듯

업계는 넥슨의 ‘클래식RPG 되살리기’가 최근 변화한 경영기조를 상징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넥슨은 연초 확률조작논란으로 큰 비판을 받은 후 ‘환골탈태’에 나서고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는 지난 5일 “올 초 확률 이슈로 많은 분들에게 큰 심려를 끼치게 됐고, 이용자들의 요청과 질타에 대해 헌신적으로 많은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간 많은 사랑을 받아 성장해온 만큼 이 사회에 사랑을 돌려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아스가르드 게임 장면 /사진제공=넥슨아스가르드 게임 장면 /사진제공=넥슨


오웬 마호니 넥슨 일본법인 대표는 지난 11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출시 일자를 독촉하는 것은 개발자들에게 ‘잘못된 압박’을 준다”며 “일정에 연연하기보다는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게임 제작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수익보다는 좋은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하고, 추억의 옛 게임에 공들이는 모습으로 이용자들에게 ‘진정성’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클래식RPG들이 살아난다면 장기적으로는 고전 지식재산권(IP)의 모바일화 가능성도 있다. 클래식RPG 중 가장 인기가 많은 바람의 나라는 지난해 모바일 게임 ‘바람의 나라: 연’으로 재탄생해 큰 성과를 거뒀다. 클래식RPG 중 테일즈위버는 이미 모바일화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둠의 전설은 바람의 나라에 이은 넥슨 초기 양대 IP였던 만큼 장기적으로는 모바일화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 있다”고 했다.


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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