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강판 시장에 뜨거운 한판 승부가 벌어졌다. 가전·인테리어 수요 급증에 주문이 쏟아지며 컬러강판업계가 증설·마케팅 경쟁에 나선 것이다.
16일 철강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컬러강판 생샨량은 115만 8,718톤으로 지난해 동기(96만 2,449톤) 대비 20.4% 증가했다. 밀려드는 주문을 맞추기 위해 공장을 풀가동하며 생산량이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컬러강판은 철강에 디자인을 입힌 고부가가치 제품이다. 단순 색상부터 벽돌·나무 등 원하는 소재의 무늬와 질감을 구현하는 게 가능하다. 고급 가전은 물론 건축 내·외장재까지 다재다능하게 쓰인다. 가전업계도 플라스틱보다는 더 고급스럽고 내구성이 뛰어난 컬러강판을 선호하는 추세다. 컬러강판은 가전업계가 코로나19로 펜트업(억눌렸던 소비가 폭발하는 현상) 효과를 누리며 몸값이 높아졌다.
철강업체들 간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올 상반기 기준 동국제강(001230) 35%, KG동부제철(016380) 25%, 포스코강판(058430) 20%, 세아씨엠 10%, 아주스틸 6% 등의 순이다. 이들 업체는 점유율을 늘리기 위한 증설·마케팅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동국제강이다. 부산공장 프리미엄 생산라인에 고급 컬러강판(라미나·철판에 필름을 부착해 다양한 색상 및 광택을 구현할 수 있는 제품) 전용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공사는 완료됐고 인허가를 받고 있다. 본격적인 상업 생산은 다음 달 초부터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동이 될 경우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생산 공장은 총 9개가 된다. 생산량은 연산 10만 톤가량 늘어나 85만 톤에 달한다. 단일 공장 수준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업계 2위로 꼽히는 KG동부제철은 지난 5월 당진공장 컬러강판 라인 2기 건설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다. 가전용·건자재용 컬러강판 생산라인이 당진공장에 새롭게 추가되면서 KG동부제철의 연산 생산량은 총 30만 톤이 추가된 80만 톤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일 상장하는 아주스틸은 자금 조달을 통해 김천공장 증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아주스틸의 컬러강판 연간 생산능력은 22만 톤이다. 추가 투자를 통해 2022년에는 연산 30만 톤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마케팅 전쟁도 뜨겁다. 포스코는 프리미엄 철강 제품 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포스코의 자회사 포스코강판은 5월 자사의 컬러강판 제품을 통합한 브랜드인 ‘인피넬리’를 새롭게 선보이고 컬러강판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이를 통해 포스코강판은 동국제강과 KG동부제철이 양분하는 컬러강판 시장에 차별화를 내걸었다. 기존에는 건재와 가전 산업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했지만 컬러강판을 사용한 빌트인 가전제품이 인테리어 자재로서의 역할까지 하는 최근 트렌드를 반영해 컬러강판 적용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동국제강은 2011년 고급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론칭하고 2013년에는 가전용 컬러강판 브랜드 ‘앱스틸’을 출시하며 일찍이 마케팅에 힘을 쏟았다. 삼성전자·LG전자·월풀 등 글로벌 가전업체가 동국제강 컬러강판을 사용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방 산업이 회복하며 컬러강판 수요도 급증하고 있다”며 “업체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