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의 친미 성향 정부가 탈레반에 신속히 붕괴된 것을 두고 중국과 대만이 입씨름 중이다. 중국은 ‘친미의 결과가 멸망’이라며 공세를 펼쳤고 대만은 ‘대만은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공세는 관영 매체를 동원한 중국이 시작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17일 사설에서 “미국이 카불(아프간) 정권을 버린 것은 아시아 일부 지역, 특히 대만에 큰 충격을 줬다. 이제 대만도 미국을 믿을 수 없을 것을 잘 알게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환구시보는 “대만의 일부 인사들이 미국이 대만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는 혼자만의 착각”이라며 “대만해협에서 전면전이 벌어진다면 대만의 방어는 몇 시간 만에 무너지고 미군의 지원은 오지 않아 대만은 항복할 수밖에 없으며 고관들은 비행기를 타고 도망가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만은 미국의 허벅지에 매달려 대륙(중국)에 대항하는 노선을 바꿔야 한다. 정치적인 방식으로 대만해협의 평화를 지켜야지 미국의 전략적 장기 말로 전락하면 결국 전쟁 발발의 결말을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날 환구시보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어제는 사이공(베트남), 오늘은 아프간, 내일은 대만?”이라는 문구가 온라인에서 화제가 됐다고 전했다. 전날 신화통신은 논평에서 “카불 함락으로 미국 패권 쇠락의 조종이 울렸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아프간 정세에 중대한 변화가 생겼는데 우리는 아프간 인민의 염원과 선택을 존중한다”며 탈레반 정권을 사실상 승인했음을 내비췄다.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에 이겨서 현재 집권하는 것도 ‘중국 역사와 인민의 선택’이라고 주장하는데 이와 같은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즉 탈레반의 아프간 정부에 대한 공세를 공산당의 대만 공세와 비슷하게 보고 있는 셈이다.
대만에서도 아프간 정부의 신속한 붕괴는 논란이 되고 있다. 다만 대만에서는 미국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대만은 다르다’는 자신감이 공존하고 있는 모양세다.
17일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야당인 국민당 당적의 자오사오캉 BCC 라디오 방송국 사장은 전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며 “대만은 중국과의 전쟁과 평화 사이에서 명확히 생각해야 하며 미국에만 기대면 아무 일도 없을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이어 그는 “전쟁을 해야 한다면 지금처럼 ‘미국에 의지해 모든 것이 태평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쑤전창 대만 행정원장(총리)은 “아프간의 정세가 어지러운 것은 내부 정세가 먼저 어지러웠기 때문”이라며 “내부의 안정과 질서가 유지된다면 대만을 침략하려는 어떠한 무력에도 대항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랴오훙샹 전 국방대학 교수도 “대만은 아프간이 아니다”고 지적하며 나토, 한국, 일본, 발트3국, 폴란드 등의 국가안보 전략이 모두 미국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서 “대만은 당연히 미국 쪽에 서야 한다”고 주장했다.